
21일 오전 9시30분쯤 부천시의회 앞에서 부천시 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심석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속 옥외집회를 허용하면서도 재판부(이종환 부장판사)가 6가지의 엄격한 방역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8월 광복절 집회를 허용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문(박형순 부장판사)엔 담겨있지 않은 내용이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집회 집행정지와 관련해 이런 방역 조건이 제시된 결정문은 판사 생활을 하며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인천지법의 엄격한 방역조건 여섯
![법원이 허용한 21일 부천시의회 앞 집회의 제한 범위. [인천지법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2/38cb7b9e-9866-4730-82df-9f60f24c538b.jpg)
법원이 허용한 21일 부천시의회 앞 집회의 제한 범위. [인천지법 제공]
집회 시간은 2시간으로, 참석 인원은 99명으로 제한한 점은 지난 광복절 집회 집행정지 결정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방역조건을 추가한 것이 다른 점이다. 섭씨 37.4도 이하의 참석자만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참석하게 했고, 마스크도 KF-80/94만 착용토록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최근 서울과 인천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통계까지 도표로 제시하며 고민의 흔적을 남겼다. 9월 15~20일 서울 확진자는 두 자릿수를 유지했고 인천지역 확진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있었다.

21일 오전 9시30분쯤 부천시의회 앞에서 부천시 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집회 전면 금지할 만큼 심각하지 않아"
이 재판장은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감염병 예방이란 국민보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당국은 집회의 규모와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할 재량을 가지지만 그 제한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천지법의 부천시 방역집회 결정문 중 일부. 코로나 확진자 통계 자료도 포함돼있다. [인천지법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2/de848c6f-f0f3-4c14-af93-49e0d2927e8c.jpg)
인천지법의 부천시 방역집회 결정문 중 일부. 코로나 확진자 통계 자료도 포함돼있다. [인천지법 제공]
자정에 나온 결정문, "고심 깊었다"
부천시 기독교총연합회는 21일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지켜가며 집회를 진행했다. 경찰과의 충돌도 없었다. 하지만 장덕천 부천시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선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 집회 관리가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장 시장과의 일문일답.
장덕천 부천시장 일문일답
- 어제 집회에서 방역수칙은 잘 지켜졌나
- 마무리는 잘 됐고 충돌도 없었다. 현장에선 거리두기가 유지됐고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 방역 당국 입장에서 집회 허용을 어떻게 바라보나
- 수칙이 잘 지켜졌더라도 부담이다. 어제 집회 참석자가 90명을 조금 넘었다. 하지만 동원된 경찰관과 공무원은 230~240명 정도였다. 두 배가 넘는다. 이번 집회는 잘 넘어갔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허용됐을 때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개천절 집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광화문 집회에서 통제가 안됐다. 개천절에 다시 광화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린다면 방역당국이 관리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폭발할 수도 있다. 국내 감염자가 두 자릿수로 줄고 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다. 집회를 하실지라도 지금은 참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지난달 7일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는 전광훈 목사가 호송차로 이동되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2/8a4e1791-630a-4ac0-a1ff-02c77924e82b.jpg)
지난달 7일 보석 취소로 재수감되는 전광훈 목사가 호송차로 이동되고 있다. [뉴스1]
개천절 집회는 금지될 수도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시민들이 집회 수칙을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법원이 집회를 다시 허용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도 "향후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선 주최 측에서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