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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워진 바다 인간을 위협하다…태풍 발생 57%↑ 강도 42%↑

중앙일보 2020.09.21 20:00
지난 8월 발생한 제 10호 태풍 하이선은 한때 '매우 강한' 등급에 근접할 정도로 강하게 발달했다. 일본 서부 해안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우리나라 남동부를 지나갔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태풍의 강도는 지금보다 1.4배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지난 8월 발생한 제 10호 태풍 하이선은 한때 '매우 강한' 등급에 근접할 정도로 강하게 발달했다. 일본 서부 해안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우리나라 남동부를 지나갔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태풍의 강도는 지금보다 1.4배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국내외 기후변화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RCP 8.5 시나리오) 2100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4도 이상 상승한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행되는 경우(RCP 4.5 시나리오)도 2도 이상 상승한다.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생긴 열은 바다로 흡수되고, 데워진 바다는 따뜻한 수증기를 뿜어 태풍을 키우기 좋은 조건이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UN IPCC는 2018년 '1.5℃ 특별보고서'에서 “매우 강한 열대 저기압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2100년엔 태풍 평균 1.4배 강해진다

국립기상과학원도 2100년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발생이 57.5%, 태풍의 강도는 42.1%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보다 태풍이 1.5배 넘게 많이 오고, 강도도 1.4배 강해진다는 의미다(RCP 8.5). RCP 4.5 시나리오에서도 태풍 발생은 29.2%, 강도는 27.9% 증가한다. 
 
올해 태풍 양상도 이런 전망과 일치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태풍 4개 중 3개가 강도 ‘강’으로 접근했다. 국가태풍센터는 최근 10년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중 ‘매우 강함’이 절반에 달하고, 최근 들어 강한 태풍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강력한 태풍의 비율이 늘자 기상청은 최근 '초강력'이란 태풍 분류를 새로 만들었다. 10년간 발생한 태풍의 상위 10% 수준으로, 중심최대풍속 54m/s, 시속 194㎞ 이상이다. 
 

태풍 발생 해역 2012년 이후 계속 데워졌다

1980~2019 북서태평양 7~8월 해수면 온도 편차를 나타낸 그래프. 2011년까지는 0점 선(평년 평균)에 비해 높거나 낮은 해가 반복됐으나, 2012년 이후로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평년보다 높은 수온을 기록했다. 자료 기상청

1980~2019 북서태평양 7~8월 해수면 온도 편차를 나타낸 그래프. 2011년까지는 0점 선(평년 평균)에 비해 높거나 낮은 해가 반복됐으나, 2012년 이후로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평년보다 높은 수온을 기록했다. 자료 기상청

 
태풍 발생은 바닷물의 수온과 관련이 깊다. 기상청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태풍의 발생구역인 북서태평양의 7~8월 해수면 온도를 분석한 결과, 2011년까지는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는 계속 상승으로 조사됐고, 상승의 폭도 커졌다.
 
해수면 뿐 아니라 심해의 수온도 상승하고 있다. APEC 기후센터는 “해수면에서 2000m 깊이의 바닷물이 가지고 있는 열용량이 중요한데, 2018년엔 최근 5~10년 평균보다 많이 증가했다”며 “이처럼 바닷물의 열용량이 크면 대기 온도도 결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데워진 공기가 바닷물을 데우고, 따뜻해진 바닷물이 열을 보관하고 있다 다시 대기를 데우는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태풍 아니어도, '집채만한' 파도 온다

해수 온도 상승과 파도 강도 변화를 한 그래프에 나타낸 것. 지구 평균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파도의 강도도 점점 강해지는 경향이 그래프로 겹쳐진다.〈A recent increase in global wave power as a consequence of oceanic warming〉 / Reguero et al, 2019 / Nature Communications

해수 온도 상승과 파도 강도 변화를 한 그래프에 나타낸 것. 지구 평균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파도의 강도도 점점 강해지는 경향이 그래프로 겹쳐진다.〈A recent increase in global wave power as a consequence of oceanic warming〉 / Reguero et al, 2019 / Nature Communications

 
세계기상기구 산하 태풍위원회도 이같은 바닷물 온도 상승 등을 근거로 "태풍의 발생 위치는 점점 북상하고, 강도도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봤다. 전체 태풍의 숫자는 줄어들 수도 있지만 강한 태풍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동아시아 등에 영향을 끼칠 태풍 수는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태풍 뿐 아니다. 2019년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1948년 이후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만큼 전 세계 파도의 평균 강도도 그만큼 세졌다. 여름철 태풍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해안가로 오는 파도도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바다는 점점 인간에게 위험해진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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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QR코드에 접속하면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제주 바닷속 모습을 360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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