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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속 "살려주세요" 형제의 신고, 소방서 5분만에 찾았지만…

중앙일보 2020.09.21 15:51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사진 미추홀소방서]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사진 미추홀소방서]

“불이요. 여기 OO빌라 빨리요. 빨리!”

인천 미추홀 소방서 종합상황실.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 55초. 119로 앳된 목소리의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 초등학생의 화재 신고다. 당시 상황실의 신고 녹취록 2분가량을 들어보면 "불이요. 살려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주소나 화재 상황 설명은 없다.   

초등생의 화재 신고를 받은 미추홀 소방서 상황실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미추홀구 관내에 OO이라는 이름을 가진 빌라·주택·아트빌·탑스빌·아파트 등 지명과 유사한 주택은 66개, 상황실은 즉각 휴대전화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신고자 위치를 추적한다. 하지만 신고자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화재 신고 후 '살려주세요' 외쳐  

인천소방본부는 21일 “스마트폰 사용자가 기능 설정에서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했을 경우 소방 위치 정보 시스템은 정확한 스마트폰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추홀 소방서 상황실은 당시 스마트폰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소방본부 측은 "형제의 신고 전화를 받았들 때 스마트폰 사용자가 위치정보에 동의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위치정보 동의가 없다보니 신고자 위치가 인근의 이동통신 기지국 주변으로만 잡혔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기지국은 반경 500m에서 최대 5㎞ 이내의 전파를 잡는다. 따라서 신고자 근처에 있는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5㎞로 좁혀 OO빌라를 찾았더니 주택 4개로 좁혀졌다. 미추홀 종합상황실이 이 주택 4개의 주소지를 놓고 신고자의 위치를 찾는데 1~2분이 소요됐다. 마침 형제의 신고가 있은 지 1분쯤 뒤인 오전 11시 18분 18초에 화재를 목격했다는 주민신고가 추가로 들어왔다.


지난 14일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인천 = 문희철 기자

지난 14일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먹다가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인천 = 문희철 기자

휴대폰 기지국으로 위치 좁혀 출동  

미추홀 소방서 상황실이 파악한 화재 장소인 OO빌라는 용현119안전센터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용현119안전센터 소속 소방차·구급차가 즉각 출동했고 11시 21분 현장에 도착했다. 형제의 신고가 있은 지 약 5분 만이었다. 소방관들이 도착한 OO빌라에서는 2층을 비롯해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실 3층·4층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어 초등학생들을 구조했다. 용현119센터가 두 형제를 구해내고 화재 진압까지 걸린 시간은 약 8분.  
  
형제의 신고가 있은 지 5분 남짓 만에 소방대가 출동했고, 출동한 소방대는 8분 만에 불 속에서 형제를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두 형제는 여전히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두 형제는 현재 서울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두 형제를 구한 용현119센터 소속 소방대원들 역시 두 형제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듣고 형제가 깨어나기를 빌고 있다. 그러나 두 형제는 화재 당시 검은 연기를 너무 많이 흡입한 탓인지 현재 자가 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인천=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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