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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완판" 홍보는 가짜···상장사 이렇게 회계부정 저질렀다

중앙일보 2020.09.21 12:54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한 코스닥상장회사 A사는 별도재무제표를 조작하기로 작정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4년 연속 별도재무제표 상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회사가 관리종목에 지정돼 자칫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를 발표했다. 셔터스톡

금융감독원은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를 발표했다. 셔터스톡

 
A사는 차명회사 B사를 만들고 이곳으로부터 허위 매출을 일으켰다. 이후 이 매출에 따른 매출채권이 정상 회수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자회사 C사를 통해 B사에 자금을 송금(대여금으로 처리)토록하고, 이를 다시 B사로부터 매출채권 상환 명목으로 회수했다. 그렇게 회수한 돈은 유상증자 형태로 C사에 되돌려줬다. A사는 또한 다른 자회사 D사에 본사 직원을 서류상 허위로 발령해, 자신의 인건비 지출은 줄이고 D사의 인건비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년간 회계감리 과정에서 적발한 주요 회계부정 사례를 분석한 내용의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Check Point)'를 21일 발표했다. 기사 속 회사명과 사진 속 회사명이 서로 다름에 주의.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최근 2년간 회계감리 과정에서 적발한 주요 회계부정 사례를 분석한 내용의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Check Point)'를 21일 발표했다. 기사 속 회사명과 사진 속 회사명이 서로 다름에 주의. 금융감독원

그 결과 A사는 갑작스러운 신규 거래처 매출을 토대로 별도재무제표상 영업흑자로 전환한 기업이 됐다. 자회사 실적까지 포함한 연결재무제표상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유독 별도재무제표에서만 영업흑자가 발생하거나, 별도재무제표상 영업흑자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A사는 결국 회계부정이 적발돼 상장페지됐다.

 

대표 회계부정은 '매출 허위 계상'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최근 2년간 회계감리 과정에서 적발한 주요 회계부정 사례를 분석한 내용의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를 21일 발표했다. 거래소 시장조치 회피나 대표이사 횡령 은폐를 위한 회계부정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다. 

 
앞선 A사 사례처럼 매출을 허위 계상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회계부정 사례다. 그밖에 언론을 통해 '신규 개발한 건강관리장비의 최초 생산물량이 전부 판매됐다'고 홍보해놓고 실제로는 시제품에서 계속 불량이 발생해 이듬해까지 총판업체에 납품을 못했는데도 회계상 매출을 허위로 계상한 사례도 있다. 또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해 매출 목표를 대폭 상향조정하자 직원들이 그 압박에 못 이겨 특정 기간동안 가짜 상품거래 구조를 만들어 허위 매출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경영진 횡령 작정하고 숨기는 경우 다수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대표이사나 경영진의 횡령 거래를 숨기는 경우도 주요 회계부정 사례다. E사는 사모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총 300억원을 조달한 뒤 약 4개월 뒤 이모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씨는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증빙없이 회사 자금을 부당 인출하거나, 신설투자자문사에 거액을 대여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일삼았다. E사는 대표이사가 부당인출한 자금에 대해 선급금을 허위로 계상하고, 주석에서는 '특수관계자 거래' 사실을 기재하지 않아 대표이사의 횡령을 방치했다. E사 역시 회계부정이 적발됐다.
 
이런 회사는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자주 바뀌고, 사모 유상증자·CB 등 발행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회사가 자금조달 직후 후 대여금·선급금 등 규모를 대폭 늘린다면 이 역시 회계부정의 단초로 본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대표이사가 특정 은행계좌를 단독 관리헤 회사자금을 임의 사용하거나, 이사회 의사록에 날인하는 이사·감사의 도장을 대표이사가 직접 관리하는 경우를 의심해볼만 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년간 회계감리 과정에서 적발한 주요 회계부정 사례를 분석한 내용의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Check Point)'를 21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최근 2년간 회계감리 과정에서 적발한 주요 회계부정 사례를 분석한 내용의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체크포인트(Check Point)'를 21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기타 유형도 있다. 한 대기업 협력업체는 원청업체의 단가인하 압력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의 매출액을 줄이고 비용을 키우는 등 영업이익을 일부러 축소한 것이 걸렸다. 한 수출업체는 회사의 실제 거래구조를 속이기 위해 해외 거래처와의 거래 중간에 차명 자회사를 끼워넣고도 이를 제3자와의 거래인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회사의 내부감사인과 외부감사인 등이 회사의 거래구조 및 관계회사들과의 연관성, 기간별 매출 등을 면밀히 확인해 이를 적발해내야 한다.
 

신고자는 최대 10억원 포상금…"투자자도 유의"

금감원은 이런 다양한 회계 부정 사례 대해 적극적인 신고를 요청했다. 신고는 금감원·한국공인회계사회 포탈사이트 또는 우편·팩스 등으로 가능하다. 신고 사항이 회계부정 적발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신고자에게 기여도를 고려해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비자발적으로 회계부정에 가담한 임직원이 이를 신고하는 경우, 부정행위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고 적시에 시정되는데 기여했다고 판단되면 해당 임직원에 대한 조치를 감면하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의적인 회계기준이 적발되면 회사 등에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회계부정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 모두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투자자도 한계기업에 해당하는지,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지, 사모 유상증자·CB발행 같은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등 공시된 재무정보를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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