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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8년간 삼시세끼 인맥 쌓았다···'군주론' 품고 때 기다렸던 스가

중앙일보 2020.09.21 08:35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에 이어 16일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아바타’에 머물까, 아니면 의외로 야심가 본성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정치를 시도할까. 스가 총리는 겉보기로는 우직한 스타일이고 정치인으로서 무미건조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의원 보좌관 12년, 시의원 9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거쳐 1996년 국회에 입성한 뒤로도 자기 정치를 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병에 따른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그를 실질적인 상왕으로 모시며 짧은 기간 동안 ‘위기 관리 총리’로서 ‘이어달리기의 중간 주자’ 역할에 만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속내는 알 수 없다. 특히, 스가의 독서와 인맥 쌓기를 보면 의외로 야심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베 아바타 넘어서 '야망의 계절' 도전
무파벌에 술·담배 않는 무미건조 정치인
관방장관 7년8개월 ‘삼시세끼’ 인맥 다져
아베 후광과 파벌 지원으로 총리됐지만
의외로 야심 많아 자기 정치 할 가능성
군주론·리더십·보좌관 서적 애독서로
이상론보다 실질 중시하는 군주론 매료
보좌관에서 영주 꿈 이룬 인물 다룬 소설
애독서에서 스가의 강한 야망·속내 드러나
새 연호 발표하며 ‘레이와 아저씨’국민삼촌
스가형 정치할지, 파벌에 휘둘릴지 기로에

지난 9월 16일 일본 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가 인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우직하고 온화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야심을 키워온 의지의 인물이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16일 일본 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가 인사하고 있다. 겉으로는 우직하고 온화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야심을 키워온 의지의 인물이다. AP=연합뉴스

 
아베 시즌2일까, 야심가 스가의 정치를 가동할까  
물론 스가는 현재로선 ‘장검다리 총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자민당 총재선거가 아베가 병으로 사임하면서 남은 임기를 맡을 보궐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스가는 내년 9월까지만 맡게 된다. 현 중의원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다. 그러니만큼 스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스가 자신의 말마따나 의회 해산권은 총리에게 있다. 임기 전에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총선을 치르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스가는 자민당 총재선거부터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혀왔다. 정권 지속성을 앞세워 총리가 된 인물이다. 과연 과감한 스가의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관방장관 시절 기자들의 질의 응답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 총리. AP=연합뉴스

관방장관 시절 기자들의 질의 응답에 나선 스가 요시히데 총리. AP=연합뉴스

 
총무상과 비서실장인 관방장관만이 각료 경험 전부

스가의 경력을 보면 한마디로 무미건조한 정치인이다. 8선의 중의원 의원이지만 각료 경험도 총무상과 관방장관이 전부다. 총무상은 행정·공무원·지방자치·선거·정치자금·정보통신·우편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총무성의 수장이다. 아베가 처음 총리를 맡았던 2006~2007년에 11개월 동안 총무상을 맡은 게 스가의 첫 각료 경험이다. 그 뒤 2012년 아베가 다시 총리를 맡으면서 내각관방장관을 맡았다. 관방장관은 한마디로 총리 비서실장 겸 정부 대변인이다. 내각의 안건과 관련해 행정 각부와 국회 각 교섭단체를 조종하며, 주요 사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의견을 발표하는 역할을 맡는다. 스가는 아베가 두 번째로 총리를 맡은 지난 7월 8개월간 이 자리를 계속 맡았다. 총무상과 관방장관을 하는 동안 내각 특명담당 대신(지방분권개혁), 우정 민영화 담당대신, 오키나와 기지부담 경감 담당대신, 납치문제담당 대신 등 권한은 적고 책임은 무거운 자리를 겸임했다. 야구로 치면 구원투수나 유격수 역할만 담당한 셈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자민당 총재가 지난 9월 15일 간사장을 포함한 당 4역 등 당 간부 인사를 했다. 이날 도쿄 나가타초(永田町) 자민당 본부에서 한자리에 모인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왼쪽부터) 선거대책위원장, 사토 쓰토무(佐藤勉) 총무회장, 스가 총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무조사회장. 스가를 당 총재와 총리에 올린 파벌에 속한 인물들이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자민당 총재가 지난 9월 15일 간사장을 포함한 당 4역 등 당 간부 인사를 했다. 이날 도쿄 나가타초(永田町) 자민당 본부에서 한자리에 모인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왼쪽부터) 선거대책위원장, 사토 쓰토무(佐藤勉) 총무회장, 스가 총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무조사회장. 스가를 당 총재와 총리에 올린 파벌에 속한 인물들이다. 연합뉴스

 
무파벌 정치인이지만 파벌들 도움으로 총리 올라

스가 총리는 화려한 정치 경력도 없다. 정치 가문 출신도 아니고 학맥도 없다. 학생운동의 시대인 1960년대 말 대학을 다녔어도 이들과 관련이 없다. 심지어 일본 자민당에서 정치활동의 젖줄과도 같은 소속 파벌도 없다. 스가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파벌이다. 보스가 정치자금을 대주고, 정치적 기회와 경력을 만들어주면서 이끌어주는 파벌이 없다는 이야기다.  
자민당에는 98명을 거느린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각각 54명이 소속한 아소(麻生)파와 다케시다(竹下)파, 각각 47명이 속한 니카이(二階)파와 기시다(岸田)파, 19명이 포함된 이시바(石破)파, 11명의 이시하라(石原)파 등 파벌이 있다. 파벌간 합종연횡으로 자민당 총재가 선출되며, 자민당이 집권당일 경우 총재는 거의 그대로 총리가 된다. 말이 좋아 합종연횡이지 실질적으로는 사전 담합, 밀실 거래로 볼 수 있다. 일본 정치의 그늘이다.  
지난 9월 14일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도 호소다파, 아소파, 다케시다파, 니카이파, 이시하라파가 스가를 지원했다. 여기에서만 264표가 나왔다. 스가는 이들 다섯 파벌의 지원으로 자민당 총재가 되고 총리까지 오른 셈이다. 스가와 함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47명이 따르는 기시다파의 수장이다. 아베가 정적으로 이번에 출마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도 19명으로 이뤄진 이시바파의 보스다. 아베는 가장 인원이 많은 호소다파에 속한다. 아베는 정적인 이시바가 자민당 총재와 초리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자신이 총리가 되는 것을 지원했던 파벌간 합종연횡을 뒤에서 조종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의 이시바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가는 파벌의 수장인 두 사람과 맞붙어 승리한 셈이다.  
지난 9월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한 스가 요시히데가 아베 신조 당시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스가는 7년 8개월간 총리 비서실장 격인 관방장관으로 아베를 모시고 그의 후광으로 총리에 올랐다. 앞으로 스가 자신만의 정치를 어떻게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한 스가 요시히데가 아베 신조 당시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스가는 7년 8개월간 총리 비서실장 격인 관방장관으로 아베를 모시고 그의 후광으로 총리에 올랐다. 앞으로 스가 자신만의 정치를 어떻게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를 지지한 파벌들은 자민당의 당 4역을 나눠가졌다. 당 4역에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81) 간사장, 사토 쓰토무(佐藤勉·68) 총무회장,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66)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정책위원장에 해당), 야마구치 다이메이(山口泰明·71) 선거대책위원장이 결정됐다. 니카이 간사장과 야마구치 선거대책위원장은 유임이고 나머지는 신임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니카이파의 수장이며, 사토 총무회장은 아소파의 회원이다. 시모무라 정조회장은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이다. 야마구치 선대본부장은 다케시다파다. 당 4역을 배출한 4개 파벌과 함께 11명이 소속한 군소 파벌인 이시하라파에선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는 국회대책위원장을 배출했다. 자민당 당 4역 인사는 스가를 총재와 총리로 민 데 대한 보은 인사, 또는 권력 분할 인사인 셈이다. 자민당 총재인 스가가 실시한 당 인사라기보다 파벌이 세력에 따라 사람을 앉힌 인사나 다름없다. 스가는 파벌에 빚이 많다. 이런 인물이 총리가 됐으니 단명으로 끝나거나 여기저기 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분을 요구하는 셈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지난 9월 14일 도쿄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한 뒤 환호하는 청중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됐다. 그는 16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정식으로 제99대 총리로 선출돼 스가 요시히데 내각을 공식 발족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지난 9월 14일 도쿄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제치고 총재에 당선한 뒤 환호하는 청중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됐다. 그는 16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정식으로 제99대 총리로 선출돼 스가 요시히데 내각을 공식 발족했다. 연합뉴스

 
‘삼시세끼’ 외부인사 만나며 인맥 다져

그럼에도 스가는 알고 보면 만만치 않은 야심가다. 우선, 스가는 자민당 내에선 무파벌이지만, 의외로 인맥이 탄탄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日本經濟新聞)에 따르면 스가는 아베 총리의 임기와 똑같은 7년 8개월 동안 관방장관을 맡으면서 아침·점심·저녁의 대부분을 정치인, 관료, 경제인 등 사람을 만나는 데 썼다. 저녁 자리를 두 탕씩 뛰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구조개혁파를 중심으로 경제계 인맥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경제의 구조개혁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스가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가가 젊은 의원 시절 ‘정치적 사부’로 모셨던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静六) 의원은 스가에게 “관료들은 자신의 주장을 잘 포장하는 설명의 천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다양한 사람의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료, 경제계 인사를 두루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야 전체를 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베 총리가 간판으로 내세웠던 외국인 관광 진흥 정책도 사실은 스가가 만나던 인맥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6년에 ‘2020년 2000만 명의 외국인 방문’으로 잡았던 목표를 4000만 명으로 늘렸다. 아베 정권 발족 당시 연 100억 엔이던 관광 분야 예산을 700억 엔으로 증액했다. 대담하고 집요한 정책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총리 스가가 앞으로 경제개혁과 정책주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가는 경제자문회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저임금을 올려 중소기업을 재편하는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계 상황에 이른 일부 업종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와 함께 산업경젱력을 높일 기술 개발과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스가는 외부 인맥의 조언을 통해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더욱 굳히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 관념적인 이상론보다 실질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군주상을 내세웠다. [위키피디아]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 관념적인 이상론보다 실질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군주상을 내세웠다. [위키피디아]

 
『군주론』 『리더』『보좌관』 등 애독서로 꼽아

스가를 자신이 밝힌 애독서, 생활 스타일, 그리고 이력을 바탕으로 그를 분석하면 의외의 내용이 줄을 잇는다. 애독서를 보면 스가의 야심이 은연 중에 드러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가 스스로 밝힌 애독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일본 통산성 관료 출신의 소설가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의 소설 『도요토미 히데나가(豊臣秀長) 어느 보좌관의 생애』 , 전 미국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의 저서인 『리더를 목표로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스가의 성품과 지향하는 목표, 그리고 야심을 짐작할 수 있는 책들이다.  
결코 쉬운 책이 아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애독서로서 품고 지냈다는 이야기는 스가가 강력한 정치를 꿈꾸는 야심적인 인물임을 드러낸다. 근대 정치철학의 문을 연 이 책은 관념적인 이상론보다 실질적인 진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국가를 이루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비도덕적인 수단의 사용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담고 있어 논란의 도마에 수시로 오르는 책이다.  

도요토미 히데나가의 초상. 일본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이루고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복동생이다. 형이 군사와 정치를 맡는 동안 재정과 행정을 담당해 정권 안정을 유지했다. 나중에 거대 영지를 받아 다이묘(대영주)가 됐다. 그림=위키피디아

도요토미 히데나가의 초상. 일본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이루고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복동생이다. 형이 군사와 정치를 맡는 동안 재정과 행정을 담당해 정권 안정을 유지했다. 나중에 거대 영지를 받아 다이묘(대영주)가 됐다. 그림=위키피디아

사카이야 소설의 주인공인 도요토미 히데나가는 일본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長)의 동복동생(아버지는 다르고 어머니는 같음)이다. 재정과 행정을 맡아 형이 군사와 정무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형이 천하통일을 이뤘을 뿐 아니라 자신도 석고(연간 쌀 생산량) 100만 석에 이르는 거대 영지를 확보해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보좌관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개인적 영화도 꽤나 누린 인물이다. 비서실장으로 업무를 조정하는 일로 자신의 야망을 달성한 셈이다. 7년 8개월간 관방장관을 지내고 총리에 오른 스가와 일맥상통하는 인물이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중앙포토].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중앙포토].

러더에 관한 책을 쓴 파월은 자메이카에서 이민 온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욕시립대를 졸업하고 ROTC로 임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아프리카계미국인(흑인) 최초로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냈다. 합참의장은 최연소에 비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론 처음이란 기록도 세웠다. 자신의 배경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능력과 식견ㆍ리더십을 키우며 앞길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 결과 미국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아래에선 2년간 국가안보보좌관,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빌 클린턴 시절에 걸쳐 4년간 합참의장을 각각 맡았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국무장관으로 4년간 활약했다.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리더십의 승리라는 평가가 항상 그의 뒤를 따랐다. 파월 역시 스가의 이력과 많이 닮았다. 
스가의 저서로는 『정치가의 각오』가 있다. 이 역시 앞의 세 권의 애독서와 일맥상통한다. 오로지 정치만 생각하고 살아온 인생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달리 전문 분야가 있거나, 본인이 파고드는 분야는 보이지 않는다. 스가는 ‘오로지 정치’에만 매진하는 인물인 셈이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인 지난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이발표를 계기로 스가는 '레이와 아저씨'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모았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인 지난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이발표를 계기로 스가는 '레이와 아저씨'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모았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레이와 아저씨’로 친근한 정치인 이미지

이처럼 무미건조하기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스가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때는 2019년 4월 1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날 일본의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스가 당시 관방장관이 붓글씨로 적힌 패널을 들고 나와 발표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스가는 이를 계기로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대중으로부터 ‘레이와 오지상(레이와 아저씨)’으로 불리며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떠올랐다.  
관방장관으로 코로나 대책, 경제 정책 등 다양한 정부 발표를 담당했기에 스가를 모르는 일본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 성격상 원칙적인 이야기나 하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레이와 발표로 대중에 친근한 이미지를 주면서 관심을 받고 인기까지 모으기 시작했다. 굳은 표정으로 상징되던 정치인 스가가 차분하게 새 시대의 문을 연 인물로 대중에게 각인되는 순간이다.  
미디어에도 ‘의리와 인정이 두터운 정치가’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가 총리에 된 뒤 니혼게이자이에는 스가의 비서관으로 7년을 일했다는 가토 간(加藤元) 시나가와 현의원이 “과거 총무상으로 일하다 떠나게 되자 자신의 요코하마 자택을 경비하던 경찰관들을 불러 모아 감사의 회식을 함께했다”며 스가가 의외로 인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지난 9월 16일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지난 9월 16일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술·담배 않아…다른 정치인과 뚜렷한 차별점 많아  
그런 스가는 개인적으로도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왔다. 취미로는 계곡 낚시와 걷기를 들었다. 모두 조용히 혼자서 하는 것들이다. 스가는 총리에 오른 날에도 걷기를 즐겼다.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팬케이크 등 달콤한 것을 들었다. 스트레스를 단 걸로 해소한다는 이야기다. 달리 식도락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자신의 세대에선 비교적 큰 편인 171㎝의 키에 혈액형은 O형이다. 해본 적이 있는 스포츠로는 호세이 대학 시절 심신을 단련할 때 했던 공수도를 꼽았다. 특이한 것은 아침과 밤에 윗몸 일으키기를 100회씩 한다는 사실이다. 스가는 건강관리법도 무미건조하지만 꾸준하다. 무미건조하다는 단점은 오히려 꾸준하다는 강점으로 승화한다.  

스가의 무미건조함을 보여주는 사례 중 백미가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시지 않으니 주량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스가에게 취중망언이나 취중실수란 건 있을 수 없다. 정치인이나 경제인과 어울려 술을 함께 마시며 서로 결속하고 보스를 받들며 부하를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부패·야합의 이미지가 강한 일상적인 정치인과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이다. 다른 정치인과 실제로 다른 것인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인지, 정치적 목적은 동일하지만 추구하는 방식이 다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일상적인 정치인과 다르다는 점, 그것이 바로 스가의 강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가는 이런 개성을 앞세워 정글 같은 일본 정계에서 ‘야망의 계절’을 이룰 수 있을까.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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