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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홍걸 해명전화 받고도 제명했다, 이낙연의 읍참마속

중앙일보 2020.09.21 05:00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공연예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공연예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김홍걸 의원 제명 결정을 일컬어 “강력한 자성의 조치”(신영대 대변인)라고 했다. 결정이 빨랐고 강도가 예상보다 세긴 했다. 윤리감찰단 출범부터 당대표 보고까지 만 이틀, 이후 최고위 의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불과 50시간만에 제명 의결이 이뤄진 배경에는 취임 전부터 “민주당의 기풍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낙연 대표의 결단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취임 3주만에 읍참마속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 본인이 대표에게 직접 (재산신고 누락 과정을) 소명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윤리감찰단의 제명 요청 2~3일 전 김 의원이 (이 대표에게) 통화를 요청해 연결이 됐고, 여러가지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하면서다. 앞서 김 의원측은 10억원대 분양권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산신고에 누락한 사실이 알려지자 “분양권이 신고 대상인지도 몰랐다. 누락은 보좌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김 의원 전화를 받은 뒤에도 ‘윤리감찰단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뜻을 고수했다고 한다. “윤리감찰단 조사 과정에 대표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할 뿐 아니라, 영향을 미칠만한 별다른 사정이 (김 의원에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핵심 관계자)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경선 때부터 ‘민주당판 공수처’란 별칭을 내세우며 윤리감찰단 출범을 공언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을 단장에 앉힌 뒤 이 대표가 첫 사건부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18일 제명 결정을 내린 비례대표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18일 제명 결정을 내린 비례대표 김홍걸 의원. [연합뉴스]

 
한 최고위원은 “윤리감찰단장에게 ‘긴급 처리 요망’ 보고를 들은 이 대표가 지체없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최고위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18일 추석 전 민생 점검을 위해 방문한 서울 종로 통인시장 일정을 20분 가량 앞당겼다. 이날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한정 등 동교동계가 미리 김홍걸에 결단을 요청하긴 했지만, 어쨌든 DJ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 속내는 편치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상직·윤미향은

초강수로 평가받는 DJ 3남 제명 결정을 두고 복수의 최고위 참석자들은 “사안이 너무 명료해서 다른 대응을 고민하기 어려웠다”, “(제명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재산신고는 선출직 공직자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인데, 그걸 안 지키고도 본인이 공식 사과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미뤘다”는 점을 제명 결정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관련 등 여러 난제가 얽힌 상황에서 (당내 일부 인사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과잉 대응했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라며 “(제명 결정은)기풍쇄신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윤리감찰단에는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및 임금체불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 사건이 남아있다. 20일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사실관계가 파악되는대로 가능한 추석 전 처리해야 한다”(지방 재선), “김 의원 사례에 비춰 (감찰단의) 강도 높은 조치가 예상된다”(수도권 초선)고 했다. 일각에선 “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비례 초선)며 2회 연속 제명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조사한다는 원칙 하에 당규에 따라 최 단장이 이 대표에게 사안을 일대일로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왼쪽)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황희-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왼쪽)와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황희-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다만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덮어두기’ 기류다. “이미 검찰에서 조사가 끝나서 기소가 된 상황이라 (당 자체 감찰) 실효성이 떨어진다”(최인호 수석대변인)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국민의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도 의혹만으로 제명이 됐는데, 범죄사실이 확인돼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한 윤미향은 여전히 건재하다. 왜 모르쇠인가”(배현진 원내대변인)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20일 “윤미향 의원 건은 이제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이미 의혹 검증, 사실 판단이 사법부로 다 넘어가지 않았나. 김홍걸·이상직과는 다르다”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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