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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생활하다가 경찰 도움으로 재기 기회 맞은 페인트공

중앙일보 2020.09.21 01:59
경찰서 앞. 연합뉴스

경찰서 앞. 연합뉴스

광주의 한 식당에서 현금 20만원이 든 간이금고를 통째로 들고 도망친 50대 남성을 경찰이 20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모(56)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과 법원의 처분을 기다리게 된 김씨는 되레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 일어설 기회를 잃었던 김씨는 광주지방경찰청과 사회 공동체 등의 ‘회복적 경찰활동’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페인트공으로 30년을 살아온 김씨는 실직과 이혼을 연달아 겪으면서 일상이 무너져내렸다. 월세방과 고시원 쪽방을 전전하다가 배가 고팠던 어느 날 나이 든 절도범이 되고 말았다. 좀도둑질을 끊지 못했던 김씨는 결국 감옥까지 가게 됐고 출소한 김씨에겐 아무도 없었다. 돌아갈 집도 없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봤지만 전과자 낙인은 싸늘했다. 일자리를 구해도 전과자를 향한 싸늘한 시선은 김씨를 또 실직자로 만들었다. 다시 배고픔에 찌들던 그때 김씨에게 들어온 건 한 식당이었다. 김씨는 현금 20만원이 든 간이금고를 통째로 들고 도망쳤다.
 
이후 경찰은 김씨를 추적해 체포했다. 당시 현장에서 김씨는 품 안에 숨겨둔 플라스틱병을 꺼내 허겁지겁 들이켰다. 수상한 병을 손으로 쳐낸 형사가 역한 살충제 냄새를 맡고 119구급대를 불렀다.  
 
훔친 20만원 때문에 목숨을 버리려고 했다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가족과 주변인을 탐문했고 나락으로 떨어졌던 김씨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후 김씨는 경찰의 구인 활동 도움과 지역사회의 연대로 한 건설업체에 취직할 수 있었다. 건강을 회복한 김씨는 성실하게 일했다. 페인트 숙련공으로 건설업체 대표의 신임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달 9일 첫 월급을 받은 김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러 형사과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들의 결혼자금이라도 아빠가 손수 마련해주고 싶었다며 복받치는 눈물을 흘렸다. 20만원을 도둑맞았던 식당 주인도 처벌 대신 재기를 바란다며 경찰에 선처를 당부한 상태다.  
 
처분을 기다리는 김씨는 “어떠한 처분이 내려지더라고 두 번째 삶을 안겨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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