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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싸웠다하면 나왔지만 처리 0건…'OO방지법' 초라한 결말

중앙일보 2020.09.20 09:00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더불어민주당은 전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전광훈 방지법'을 잇달아 발의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더불어민주당은 전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전광훈 방지법'을 잇달아 발의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윤미향 의원, 박형순 판사, 전광훈 목사.

개원 4개월이 채 안 된 21대 국회 들어 ○○○ 방지법안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다. 여기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아들 방지법’까지 내겠다고 나섰다. 20대 국회 4년간 거론됐던 ○○○ 방지법이 5~6건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대유행이다. ‘윤미향 방지법’이라고 네이밍 된 법안은 10개, 전광훈 방지법은 4건이나 된다. 정치적 공방을 법안 발의로 연결해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는 게 어느새 국회의 새로운 풍토로 정착되고 있다. ○○○방지법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도망친 확진자 vs 금지된 집회 참석자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일부 보수단체의 8·15 집회 이후 민주당에서 경쟁적으로 쏟아진 ‘전광훈 방지법’(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 중 유독 주목받았다. 센 형량 때문이다. 금지된 집회에 참석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자는 게 개정안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상 강제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도망친 확진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같은 당의 한 변호사 출신 의원은 “상식적인 균형에서도 벗어난 체계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7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박원순·오거돈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논란이 큰 법안이다. 재보궐 선거를 발생시킨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를 못 내게 하는 법으로 못 박자는 내용이다. 잇따른 자치단체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분노하는 여론에 편승한 입법 시도지만 전문가들에게선. “헌법이 보장한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장지원 행안위 전문위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달 발의된 ‘박원순 진상규명법’(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떠들썩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고소인이 사망해도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기 전에 고소 사실에 대한 조사를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공범이 있는지 등에 대한 수사 없이 사건을 바로 종결하는 것은 현재 기준에서도 잘못된 수사”라며 “새 법안은 수사기관에 좀 열심히 수사하라는 독려의 의미가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방지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방지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상민 방지법이 원조 격…입법 실적 '0'

‘○○○방지법’의 대유행의 시발점이 된 것 19대 국회 시절인 2015년 5월 발의된 ‘이상민 방지법’이었다. 당시 야당이던 새청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현 민주당 의원)이 법사위를 통과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주도 법안에 대한 전자결재를 미뤄 본회의 상정을 막는 꼼수를 내면서 여당은 분기탱천했다. 그래서 나온 게 ‘법사위 통과 후 본회의 즉시 보고’를 골자로 한 이상민 방지법(노철래 의원 대표 발의,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일주일 만에 본회의 개최를 여야가 합의하면서 논의 없이 사라졌다.
 
20대 국회에서 늘어나기 시작한 ‘○○○방지법’의 입법 실적은 0건이었다. 두 종류나 나온 ‘홍준표 방지법’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6년 7월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을 철회하자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낸 무상급식 의무화 법안과 2017년 5월엔 바른정당 소속이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재보궐 선거 결정 기준일을 바꾸기 위해 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가 된 홍 지사는 지사직을 공직자 사퇴시한 몇 분 전에 그만둬 대선과 경남지사 재보궐 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없게 만들어 다른 정당의 격한 반발을 샀다. 
 
2017년 3월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전 대표)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응시원서가 응시분야, 직급이 공란인 부적격 원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 의원은 5월엔 '문준용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연합뉴스]

2017년 3월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전 대표)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응시원서가 응시분야, 직급이 공란인 부적격 원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 의원은 5월엔 '문준용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연합뉴스]

이후에 발의된 ‘○○○방지법’도 운명은 비슷했다.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심재철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준용 방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대선 후 상임위에선 단 한 차례 논의 없이 표류하다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사라졌다. 대선 여론전용이라는 용도를 다했기 때문이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일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커지자 발의된 ‘손혜원 방지법’(이해상충방지법 등)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을 원한 한 보좌관은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는 결국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격이 될 거라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지법은 모든 걸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입법 만능주의”라며 “형법과 가중처벌법 등 기존 법체계로 풀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사건과 인물과 관련해 법이 만들어지면 법정형이 일관되지 못해 형평·평등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법적 안정성이 깨지고 법의 일반성도 훼손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안 그래도 표기 변경 수준에 그치는 법안 발의나 법안 쪼개기 등으로 인한 입법 공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의미도 의지도 없는 ○○○방지법 발의도 입법 행정력 낭비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방지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방지법.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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