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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안한 N포세대, 코로나로 점집도 ‘온라인'으로 찾는다

중앙일보 2020.09.20 08:00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올해 2월부터 온라인 점집을 찾게 됐어요”

 
취업준비생 정모(25)씨는 유튜브로 타로나 사주를 보는 등 온라인 점집을 즐겨 찾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바늘구멍 같았던 채용 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생긴 고민을 덜기 위해서다. 정씨는 20일 “오프라인 점집은 보통 비용이 3만원에서 시작하는데 온라인은 무료인 경우가 많은 데다 비대면으로 볼 수 있어 선호한다”며 “예년 같지 않은 합격률로 걱정되는 마음에 취업운 타로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한 역술백화점의 내부 풍경. 타로 카드로 새해 운세를 읽고 있다.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한 역술백화점의 내부 풍경. 타로 카드로 새해 운세를 읽고 있다.

 
취업ㆍ결혼 등을 포기해 ‘N포세대’로 불리는 ‘2030’이 온라인 점집으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 취업난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서다. 선택의 기로에 선 2030은 유튜브 채널에서 점을 치며 궁금증을 해결하고는 한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이직 등 직장 관련 문제나 연애 문제를 두고 고민이 생길 때 온라인 점을 본다”며 “장소를 오가는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제너럴 리딩 기반으로 한 ‘온라인 점’

불특정 다수가 이용 가능한 온라인 점집은 개인이 선택한 카드로 운세를 풀이하는 ‘제너럴 리딩(general reading)’을 기반으로 한다. 유튜버인 타로 마스터가 시청자를 대신해 4~5개 그룹으로 묶여진 카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카드를 선택한 뒤 풀이를 들으면 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숫자를 무작위로 부여해 카드를 뽑게 하는 채널도 다수 있다.  
 
구독자 15만명을 보유한 '타로마스터 정회도' 채널의 한 콘텐츠. [유튜브 캡쳐]

구독자 15만명을 보유한 '타로마스터 정회도' 채널의 한 콘텐츠. [유튜브 캡쳐]

 
관련 채널로는 구독자 41만 명을 보유한 ‘타로호랑’, 구독자 15만명을 보유한 ‘타로마스터정회도’, 구독자 8만명의 ‘건대타로제로’ 등이 있다. 콘텐트 비용은 무료다. 다만 복채는 시청자가 클릭하는 ‘구독’과 ‘좋아요’로 대신한다. 
 
특징은 채널 댓글 창이 이용자의 ‘기록 일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콘텐트를 시청한 이용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카드 번호를 댓글로 적어 내용 풀이를 정리한 요약본을 올린다. 콘텐트 이용 후에도 자신이 받은 풀이를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비중은 2030이 압도적으로 많다. 힐링타로 전문 유튜브 채널 ‘건대타로제로(Tarot zero)’ 관리자 김태희 원장은 “구독자 비율을 보면 만18세부터 34세가 77.2%로 가장 많다”며 “주로 연애 관련 문제를 다룬 콘텐트 시청 비율이 80% 정도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취직이나 이직 등 직장 관련 콘텐트를 본다”고 설명했다.  
 

위로 얻고자 ‘온라인 점집’ 찾은 2030 

2030이 온라인 점집을 찾아 나선 건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함이다. 한 달에 세네번 정도 온라인 점을 본다는 취업준비생 최모(25)씨는 “면접 날짜가 겹치는 경우 한군데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는 게 나을지, 3개월 후 나에게 올 좋은 소식은 뭔지 등의 내용을 본다”며 “리딩이 맞은 적보다 틀린 적이 더 많지만 계속 보는 이유는 타로 리더의 이야기를 듣고 위안을 얻거나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정회도 타로마스터는 “통계를 보면 ‘조심’ ‘악연’과 같은 부정적 단어를 쓴 콘텐트 제목의 클릭 수가 높지 않다”며 “타로 볼 때 ‘Death(죽음)’ 카드가 나오면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이를 고려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카드’라고 풀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30의 경우 취업은 물론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호소하기 위해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댓글을 남기거나 상담할 때도 사연을 길게 글로 남기는데 2030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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