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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장례식서 눈에 띈 그들…'부릉' 만든 30대 대표 성공비결

중앙일보 2020.09.19 11:26
대형마트 이마트·홈플러스, 편의점 씨유·GS25, HMR 브랜드 '프레시지', 그리고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까지. 우리에게 가까운 이 모든 업체의 물건을 배달하는 곳이 있다.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 대행 서비스 플랫폼 '부릉'이다. 부릉은 39세의 유정범 대표가 세운 배달·배송 전문 회사다. 오토바이·트럭으로 기업의 물건을 소비자와 점포에 배달하는 B2B 서비스를 한다. 2013년 설립 후 고속 성장해 2014년 1억원의 매출에서 지난해 1614억, 올해는 3000억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배달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시대. 지난 15일 일찍이 배달에서 미래를 본 유 대표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었다.
'부릉' 서비스를 운영하는 배달물류 전문업체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대표. 사진 메쉬코리아

'부릉' 서비스를 운영하는 배달물류 전문업체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대표. 사진 메쉬코리아

 

남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23>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 유정범 대표

일반 사람들에게 부릉이란 서비스는 생소하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마트·편의점에서 물건을 주문하긴 하지만 어떤 경로로 물건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부릉은 바로 이 역할을 한다. 쿠팡처럼 직접 물류를 해결하지 않지 못하는 회사들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오토바이 실시간 배달이나, 물류센터에서 점포로 판매물건을 옮기는 트럭 배송을 한다. 가장 가깝게는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면 만날 수 있는 배달기사의 대부분이 부릉 소속 라이더다. 현재 부릉을 통해 배달·배송을 하는 업체 수만 240여 곳. 한 달에 거래액 1000억원 이상의 배달을 책임지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의 라이더들. 사진 메쉬코리아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의 라이더들. 사진 메쉬코리아

 

아버지의 장례식장."

30대의 젊은 청년이 배달업계에 뛰어든 계기는 뜻밖이었다. 2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 유학생활을 했던 그는 메쉬코리아를 설립할 당시 직장 경력이라고는 병역특례로 근무했던 회사에서의 4년이 전부였다. "2011년 말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3개월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그는 "아버지는 내게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하시며 '올바르게 세상의 쓰임을 받으라'고 당부하셨고, 이후 내 삶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배달기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화환을 배달하고 다음 콜을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기사들을 보며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곧 돈이 되는 분들인데, 다음 주문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게 이상했다. 효율적으로 배달 시스템을 짜면 그분들의 벌이와 생활도 훨씬 나아질 수 있겠단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곧 뜻이 맞는 몇몇이 모여 회사를 차렸다."    
 
자리에 앉아 달라는 요청에 유 대표는 책상 대신 회의탁자에 앉아 "주로 여기에 앉아서 일 한다"고 했다. 회의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사진 윤경희 기자

자리에 앉아 달라는 요청에 유 대표는 책상 대신 회의탁자에 앉아 "주로 여기에 앉아서 일 한다"고 했다. 회의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사진 윤경희 기자

틈나는데로 책을 본다는 그의 책상 위에 있는 책들. 책마다 빼곡하게 직접 설명을 써놓은 책갈피가 붙어있다. 윤경희 기자

틈나는데로 책을 본다는 그의 책상 위에 있는 책들. 책마다 빼곡하게 직접 설명을 써놓은 책갈피가 붙어있다. 윤경희 기자

창업 멤버는 그를 포함한 5명. 공학박사·전산전문가로 성장한 영어 과외 제자 4명과 의기투합했다. 먼저 고객용 배달 주문 앱을 만들고 이를 수행할 배달기사용 앱을 하나 더 만들었다. 기사 10명을 고용해 이를 사용하라고 했지만, "이딴 앱을 어떻게 쓰냐"고 욕만 먹었다. 기사용 앱은 가시성이 중요한데 글자가 작아 확인이 어려웠고, 주문 상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 등 현장 경험이 없었던 탓에 쓸모없는 앱을 만든 셈이었다. 이들은 그 길로 현장에 직접 나가 기사들을 따라다니며 뭐가 필요한지 배우며 다시 시스템을 잡아갔다. 
그때 만들어진 게 부릉의 전신인 '부탁해' 서비스다(2014년 종료). 지금 부릉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부탁해는 점포와 소비자만을 잇는 B2C 배달에 집중했다. 하지만 당시 배송비 출혈 경쟁에 빚이 늘어갔고, 기사들은 이탈했다. 유 대표는 "열심히 했지만, 당시 소비자 입장으로만 접근했었던 게 패착이었다. 점점 배달기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수익 증대라는 창업 취지에 맞지 않는 구조로 흘러갔다. 라이더들의 관점에서 돈을 벌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비스를 B2B로 다시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메쉬코리아 사옥에 붙어있는 문구. 부탁해로 얻은 교훈이 담겨있다. 윤경희 기자

메쉬코리아 사옥에 붙어있는 문구. 부탁해로 얻은 교훈이 담겨있다. 윤경희 기자

 

기업 물류 시장을 열다

그의 생각은 제대로 먹혔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부터 작은 브랜드까지 물류·배송을 외부업체에 통으로 맡기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을 선호하게 되면서, 부릉의 고객사는 빠른 속도로 늘어갔다. 유 대표는 "처음엔 배송만 맡기다가 물류 컨설팅과 운영까지 우리에게 맡기고, 기업은 자신들의 본질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빚을 내 오토바이 200대를 사고, 다시 기사들을 모았다. 유 대표는 "차를 우리가 사고, 운전기사가 형편에 맞게 차를 빌려 쓰고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기사의 형편에 맞춰서 차량 대여 비용을 월·주차 등 선택해서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라이더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만들어 주문 1건을 해결하면 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형태로 배달기사의 수익모델도 바꿨다. 그러자 점점 배달대행사에 일간·월간으로 정산해주는 대로 받거나, 계약조건이 불리해 일한 만큼 받기 어려웠던 기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가는 부릉의 배달기사들과 부릉 스테이션. 사진 메쉬코리아

소비자에게 가는 부릉의 배달기사들과 부릉 스테이션. 사진 메쉬코리아

부릉의 배송 트럭. 사진 메쉬코리아

부릉의 배송 트럭. 사진 메쉬코리아

물류센터에서 점포 혹은 점포 간 물류 이동을 하는 트럭 중심의 배송 서비스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고객이 됐다. 일반 배송 외에도 새벽·당일·익일 예약 배송 등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물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 이렇게 5명으로 시작한 메쉬코리아의 직원은 지금 220여 명, 10명이었던 라이더는 4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성장 가능성에 현대차·미래에셋 등에게 98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지금 유 대표가 집중하는 분야는 토털 물류 솔루션 컨설팅이다. 제조·유통사가 배달을 포함해 운송·창고 운영·CS(고객서비스) 등 효과적인 물류 시스템 망을 설계할 수 있게 하고, 이를 IT화해주는 서비스다. 기업의 물류 담당자가 모니터에 띄워진 대시보드로 내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동량 관리와 지역·상권 분석까지 제공해 최소한의 인원으로도 효율적이고 명확한 물류 전략을 짤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배달 시장은 참 어렵다. 시시각각 시장이 변해,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더 이 사업의 기본은 '사람'이 자산이라고 확신한다. 소비자의 편의와 배달기사의 삶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수수료만 챙기는 브로커가 되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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