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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기관·경찰 다 학대 알면서, '라면형제' 비극 못막았다

중앙일보 2020.09.19 06:00
인천에서 단둘이 라면을 끓이다가 난 화재로 화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는 여러 기관의 관리망에 들어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드림스타트’ 대상자로 2018년부터 관리
인지했지만 ‘친권’ 앞에 돌봄 받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여서 정부의 아동복지 사업 관리 아동이었고, 방임 등 학대가 의심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개입에 나섰던 대상자였다. 하지만 손길이 닿지 못한 채 사고를 당했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천 라면 형제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복지부의 드림스타트 대상자로 선정됐다. 드림스타트는 복지부의 아동복지 사업이다. 복지부 주관으로 전국 지자체서 0~12세 저소득층과 한부모 가정 등 취약 계층의 아동에게 건강·인지·언어·정서 등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원한다. 2007년부터 시작했고, 전국에서 이렇게 서비스받는 아동은 7만명가량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기도 하고, 형의 학교 선생님이 지원을 요청해 동생과 같이 대상자로 관리됐다”며 “지자체에서 가정 방문을 통해 심리상담과 치과 진료 등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돌봄 공백이 있어 상담사가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지역아동센터를 권유했지만, 어머니가 원치 않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드림스타트 대상자로 선정되면 가정 방문이 이뤄지지만 1년에 2차례 정도에 불과하다. 집중 사례자의 경우 4차례 이상 가정을 찾게 돼 있다. 지침은 이렇지만, 아동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더 자주 방문토록 한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연합뉴스]

 
복지부 관계자는 “사례 관리사 1명당 평균 50명의 아동을 관리한다. 평균 20~3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는데, 관리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마저도 부모가 원치 않으면 방문하기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모가 거부하면 강제적으로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원가정 보호’를 중시한다. 아동 학대 정황이 감지돼도 부모가 친권을 앞세워 외부 지원을 거부하면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인천 형제도 신체·정서·방임 등 다양한 형태의 학대를 받았다는 정황을 관계기관이 인지했다.
 
지난해부터 3차례 이웃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상담 등으로 개입에 나섰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어머니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여 형제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는 판단에 법원에 형제를 아동보호시설에 위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원은 어머니와 형제를 분리하는 대신 각각 6개월, 1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치료를 받도록 했고, 코로나 탓에 실제 상담 치료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체벌 흔적이 확인됐지만 심한 정도가 아니었고 주로 생계형 방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어머니가 양육 의지가 강했고 법원도 어머니와 분리하지 않은 채 상담·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격리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라도 다녔으면 결식 등의 상황이 확인됐겠지만 코로나19로 등교를 하지 않은 사이 비극이 일어났다. 초등학교 2, 4학년에 재학 중인 형제는 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본다고 해 입학 후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코로나로 원격수업을 하는 기간에도 돌봄교실은 운영됐지만, 형제는 집에 있었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17일 오전 물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17일 오전 물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입학 전에도 형제는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녀본 적이 없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지 않는 전국의 만 3세 이하 아동의 소재·안전을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학대를 받는 아동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형제가 해당 나이일 때는 이런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이었다. 
 
결국 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 등 여러 관계 기관이 형제의 사정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돌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정 돌봄이 많은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부모가 원치 않으면 아동복지 서비스를 강제할 수 없는 한계 탓에 사각지대에 놓인 측면도 있다.  
 
복지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한 달간 전국 드림스타트 대상 아동 7만명 전체를 대상으로 학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대상 가구를 직접 방문해 급식 지원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긴급 서비스를 연계할 계획이다. 학대가 발생할 경우 충분한 대응이 뒤따르도록 법원과도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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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균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10월부터 아동학대 조사를 기초자치단체 전담공무원이 실시하는 아동보호체계 공공화가 시작될 계획”이라며 “위기 아동에 대한 통합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 안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동보호체계 공공화는 시군구별로 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현장조사 등을 맡게 하는 것이다. 지금껏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이런 업무를 담당해왔지만, 보호전문기관에선 사례 관리에만 집중하도록 전담 공무원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 형제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현재의 돌봄 체계가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가동될 수 있게 점검하고,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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