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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보내던 운전자가 내 아내 치어 죽여”…참혹함 경고

중앙선데이 2020.09.19 00:20 704호 14면 지면보기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 교통안전 운동 ‘싱크’

교통안전 운동 ‘싱크’

교통안전 운동 ‘싱크’

“11년 전 한 가족은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아내를 잃었습니다. 운전 중 문자를 보내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한 명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는지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장 운전 중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세요.”
 

영국 교통부 75년 이상 캠페인
안전벨트 의무화 20년 전 제안
음주운전 방지 등 다양한 활동

사고 장면 공개, 장례식 공유 등
경각심 일깨워 사망자 46% 줄어

영국 교통부가 전개하는 교통안전 캠페인 싱크(THINK) 홍보영상에 등장한 사고 희생자 가족 이야기 중 일부다. 캠페인을 통해 운전 중 문자를 보내는 것은 살인행위와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국 정부는 1946년부터 75년 이상 교통안전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1926년 처음으로 영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를 집계했는데 당시 사망자 수는 4886명이었다. 1941년에는 사망자 수가 919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캠페인의 계기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심리전 등을 수행하던 정보부 활동을 승계하면서 설립된 영국 정부의 정책홍보 조직 COI(central of information)가 주도했던 여러 캠페인 중 하나다. 국민의 건강, 교육 등 일상 속 다양한 공공문제에 관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관리했던 곳인데 영국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관련 부처에 활동을 이관하면서 설립 65년 만인 2011년 문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교통부가 COI로부터 캠페인을 인계받아 2000년 통합된 브랜드 싱크를 발표했다.
 
당시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3409명이었는데 2019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3349명)와 거의 같다. 이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제도와 정책보다 국민 개개인의 인식개선과 행동 변화를 이끈 캠페인에 있다.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이 국민 주도의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 이륜차 사고까지 예방
 
영국 교통안전캠페인 싱크의 포스터 사진. 참혹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국 교통부]

영국 교통안전캠페인 싱크의 포스터 사진. 참혹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국 교통부]

영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교통안전 선진국에 속한다. OECD 국제교통포럼(ITF)의 2018년 도로 안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3명 미만인 국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영국뿐이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례적인 사건 사고 데이터 분석, 법과 제도의 개정 그리고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는 지속적인 교통안전 캠페인 등 세 가지 활동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많은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인식개선과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나머지 두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싱크 캠페인은 영국 정부가 교통안전에 있어 새로운 의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거나 국민적 공감을 이끄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캠페인 이후 영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46% 줄었다. 싱크 캠페인의 목적은 안전한 도로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교통사고 관련 데이터 현황 분석에 그치지 않고 모든 분석 결과를 캠페인 시작점으로 인식하면서 늘 새로운 대상과 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싱크 캠페인은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통안전에 관한 국민 인식과 행동 변화를 이끄는 캠페인의 병행이 없는 상태에서 제도개선과 처벌 강화만 할 경우 어렵게 만든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힘들다. 법과 제도 개선은 늘 사고와 인명피해를 경험한 사후 대책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캠페인은 어떤 사고를 예측하고 경고함과 동시에 발생했던 사고를 상기시킴으로써 지속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싱크 캠페인은 사고 이전 또는 정책 시행 이전부터 안전의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영국에서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되기 20년 전이었던 1963년 안전벨트 캠페인을 먼저 제안했다. 64년에는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이는 관련 법 제정 3년 전이었다. 70년대부터는 각종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를 활용해 캠페인의 주제를 정했다. 77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전개했던 교통안전 캠페인은 운전하기 전, 음주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는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당시 연말 축제 기간 중 교통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운전자에게 자전거나 이륜차를 주의하라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78년이다. 80년대 들어서부터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캠페인을 본격화했다.
 
87년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의 실제 장례식을 캠페인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대중의 경각심을 제고시켰는데 단순 구호나 계도를 넘어 문제의 심각성을 직관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제공했다. 정부 주도의 캠페인임에도 끊임없이 표현의 수위를 놓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로 방송 중단 조치를 받을 정도였는데 음주운전 등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타협보다 참혹한 결과를 직관적으로 알리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98년 충격적인 사고 장면을 묘사한 캠페인 홍보영상을 통해 안전벨트 착용을 23%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도 중장기 교통안전 캠페인 벌여야
 
영국 교통안전 캠페인 싱크(THINK) 캠페인 사이트 홍보영상에 등장한 참혹한 장면들.

영국 교통안전 캠페인 싱크(THINK) 캠페인 사이트 홍보영상에 등장한 참혹한 장면들.

2000년대 들어서는 지속 관리 과제인 안전벨트 착용, 음주운전 예방뿐만 아니라 자전거, 이륜차 사고 예방 등 캠페인 과제가 다양해졌다. 안정적인 캠페인 관리를 위해 사고 수치 감소보다는 조금이라도 수치가 증대되는 부분을 집요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2018년 접촉 사고의 5%가 음주 운전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총 5890건으로 전년 대비 190건이 증가한 수치였다. 그러자 음주운전 이력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차량 내 알콜인터록(alcohol interlock) 장치 설치에 관한 공론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자주 음주운전 사망사고 뉴스를 접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이 증가하면서 도로 위 배달 오토바이 질주에도 익숙해 진지 오래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용 자전거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라는 장밋빛 구호를 내걸고 등장한 다양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이동수단 이용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이 이동수단이 새로운 안전 사각지대를 만들기도 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용자전거 따릉이도 도심 속 주요한 이동수단 중 하나지만 2018년 헬멧 착용 의무화를 선언했다가 시민들의 불편함 호소로 사문화되었다. 굳이 도심 속에서 잠깐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헬멧을 착용해야 하느냐는 원성 때문인데 이 또한 안전한 자전거 도로 환경이 갖춰졌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주장이다. 자전거 도로의 안전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다 보니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인도를 달리고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인도를 달리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도 많다. 20대 이용자와 어르신의 크고 작은 접촉 사고를 심심찮게 목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사고의 통계는 집계되지도 않는다.
 
싱크 캠페인에서는 2009년 처음으로 마약 복용 운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위험성을 알린 바 있다.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마약 환각 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시기 인천 을왕리해수욕장과 서대문구 음주 운전 사망 사고는 각각 50대 아버지와 6살 아동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통합된 교통안전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는지, 향후 어떤 캠페인 중장기 전략이 수립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이 개정되고 처벌이 강화되었음에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국민이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싱크같은 캠페인이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종혁 광운대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다. 디자인 씽킹과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캠페인 개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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