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기에 투자하면 연 6% 배당금 준다 속여
고령자 등 1만여명에게 2조 3000억원 사기쳐
'벚꽃 모임' 초대장 보여주며 아베와 친분 과시
아베,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이" 관련 부인
![건강기구 판매업체 '저팬 라이프'의 야마구치 다카요시 전 회장일 경찰에 체포돼 집을 나서고 있다. [교도=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8/b9980466-064d-487e-83c2-da6ab8582ea2.jpg)
건강기구 판매업체 '저팬 라이프'의 야마구치 다카요시 전 회장일 경찰에 체포돼 집을 나서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들은 옷이나 이불, 목걸이에 자석을 넣어 '자기(磁気)치료기'라고 광고하며 투자자를 모았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제품의 소유주가 되면 다른 사람에게 기기를 렌탈해 연간 렌탈료 명목으로 6%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이같은 투자 방식은 일명 '오너 상법'(Owner 商法)으로 불린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번 사기의 피해자는 전국에 약 1만명, 피해액은 2100억엔(약 2조 3천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주로 은퇴 이후의 고령층이었다.
저팬라이프는 고액의 부채를 숨기고 투자자를 유치한 것으로 드러나 네 차례나 소비자청으로부터 업무정지 명령을 받았지만, 법망을 피해 수년간 영업을 계속했다. 회사는 2018년 파산했는데, 파산 직전인 2017년에도 일본 전역에 80개 점포를 운영 중이었다.
이들은 노인들을 불러모아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야마구치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아베 총리에게 '벚꽃을 보는 모임'의 초대장을 받았다며 이를 화면에 띄워 보여주거나, 정재계 유명인사의 사진이 들어간 전단지를 배포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 보는 모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18/f9f9dea9-794e-4fdd-8ffc-f3dbb3943b26.jpg)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 보는 모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
'벚꽃을 보는 모임'은 일본 총리가 매년 봄 각계 인사를 불러 개최하는 행사다. 국가 예산으로 치러지는 이 행사에 지난해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인사들과 후원자들을 다수 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벚꽃 스캔들'로 번지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작년 12월 국회에서 저팬라이프 관련 질문을 받고 "야마구치 회장과 일대일로 만난 적이 없고, 개인적인 친분도 없다"며 이 회사 영업에 자신 명의의 초대장이 활용된 것은 본인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