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열·기침 없는데 청진기 대니 뽀드득…코로나 직감했다”

중앙일보 2020.09.18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근화 대전 근화내과 원장은 지난 7일 대전 가양동 K식당 주인을 진료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직감하고 신속한 대처로 추가 확산을 막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근화 대전 근화내과 원장은 지난 7일 대전 가양동 K식당 주인을 진료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직감하고 신속한 대처로 추가 확산을 막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눈에 띄는 코로나19 증세는 별로 없었는데 X선 촬영을 해보니 폐렴이 심각한 상태더군요.”
 

대전 303번 환자 찾은 김근화 원장
“X선 찍으니 성에 낀듯 뿌옇게 폐렴”
303번발 24명 확진, 추가 확산 막아

대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원으로 꼽혔던 가양동 K 식당 주인 A씨(대전 303번 환자)를 진료한 근화내과 김근화(51)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지난 7일 거의 무증상인 60대 여성 A씨를 진료하자마자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 보냈다. 그의 신속한 대처가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김 원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남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2002년 근화내과를 개원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전·충남 내과 개원의 협회 동구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A씨가 병원을 찾았다. “몸이 나른하고 목이 살짝 아프다”고 했다. 며칠째 이 증세가 지속했지만 발열, 기침 등 증상은 없었다. 이미 이날 오전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진통제 등을 처방받은 상태였다.
 
김 원장은 “처음엔 단순 감기몸살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환자나 의사 모두 마스크를 벗지 못해 구강 진료는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원장이 청진기를 A씨의 가슴과 등에 댄 순간 심상치 않다고 직감했다. 폐에서 눈을 밟을 때 나는 듯한 ‘뽀드득’ 소리가 들렸다.
 
X선 촬영 처방도 내렸다. A씨의 양쪽 폐는 성에가 낀 것처럼 뿌옇게 나타났다. 김 원장은 “일반 세균성 폐렴은 하얗게 나타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뿌연 상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김 원장은 “증상만 봐서는 코로나19 감염인지 판단하기 몹시 어려웠다”며 “무증상 상태 확진자도 많아 코로나19 진단과 차단이 어려운 것 같다”고 걱정했다. A씨가 병원에 머무른 시간은 약 50분. 김 원장과 간호사 등 의료진 3명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전시에 따르면 동구 인동의 건강식품 사업설명회와 관련이 있는 K 식당 발 확진자는 17일까지 24명에 이른다.
 
김 원장은 “의료기관은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고 환자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있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이 확진자 근무지 등 동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병원 중심으로 알리면서 환자를 진료한 병원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한다. 김 원장은 “식당 주인이 병원에 왔던 게 공개되면서 ‘왜 확진자를 50분 동안이나 진료했냐’는 등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환자 수도 평소의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진료 과정에서 느낀 방역체계 문제점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건의하려고 수차례 전화한 끝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알려달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답답해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