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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굴리·수구레국밥·올챙묵…별난 이름 별난 음식

중앙일보 2020.09.18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우리말 찾기 여행 ⑦ 향토음식

향토 음식만큼 지역 정서가 밴 문화도 없다. 산에서 캐는 산물과 바다에서 거두는 산물이 다르니 산골 마을과 갯마을의 밥상도 달라서다. 고장마다 내려오는 향토음식 중에서 별난 이름을 찾아봤다. 대를 이어 물려 받은 이름이라 사연이 곡진하다. 대부분이 사투리라지만,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도 제법 있다. 음식 이름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표기를 따랐다.
 

쑥굴리

전남 목포의 전통 주전부리 쑥굴리.

전남 목포의 전통 주전부리 쑥굴리.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목포시내 분식점의 대표 메뉴였다. 쑥굴리는 찹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빚은 경단이다. 일종의 찹쌀떡이어서 쫀득거리고, 조청을 끼얹어 달다. 집에서도 해 먹었다지만,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머리 맞대고 먹었던 맛은 따라가지 못했다.
 
목포에선 ‘쑥꿀레’라고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쑥꿀레’가 표준어로 나온다. 국립국어원은 ‘쑥굴리’만 인정한다. 반죽을 동글하게 굴려서 빚었다는 뜻과 꿀을 찍어 먹는다는 뜻이 함께 들어있다. 목포오거리에 ‘쑥꿀레’ 간판을 내건 분식점이 남아 있다. 현 오정희(75) 대표의 어머니가 1956년 목포여고 앞에서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몸에 좋은 재료를 쓰고 튀기지 않아 건강식 주전부리로도 좋다.
 

올챙이국수

강원도 정선의 향토음식 올챙이국수. 옥수수가루로 만들어 뭉툭하고 노랗다. [중앙포토]

강원도 정선의 향토음식 올챙이국수. 옥수수가루로 만들어 뭉툭하고 노랗다. [중앙포토]

강원도 정선은 문자 그대로 두메 산골이다. 사방이 죄 산이라 먹을 게 마땅치 않았다. 쌀이 귀해 옥수수나 메밀로 끼니를 때웠다. 그 고단한 삶이 올챙이국수라는 재미난 이름의 음식에 담겼다. 올챙이국수는 여느 국수와 달리 면이 뭉툭하다. 면이 올챙이처럼 몽땅해 올챙이국수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로 만든다. 옥수수 가루로 묵을 쒀 틀에 넣고 뽑는다. 제조 과정을 보면 국수라기보단 묵에 가깝다. 실제로 ‘올챙묵’이라고도 한다. 옥수수가 들어가 면발이 샛노랗다.
 

수구레국밥

대구 향토음식 수구레국밥. 얼큰한 선짓국 맛에 수구레의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다. 수구레는 쇠가죽에 달린 고기를 이르는 우리말이다. 하얀 비계처럼 보이는 게 수구레다. 손민호 기자

대구 향토음식 수구레국밥. 얼큰한 선짓국 맛에 수구레의 쫄깃한 식감이 더해진다. 수구레는 쇠가죽에 달린 고기를 이르는 우리말이다. 하얀 비계처럼 보이는 게 수구레다. 손민호 기자

수구레는 소고기의 특수 부위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쇠가죽에서 벗겨 낸 질긴 고기’다. 가죽에서 얻은 고기라. 고기라 하기도 애매하고 비계라 하기도 애매한 부산물이다. 소 한 마리 잡으면 2㎏ 정도 나온단다.
 
수구레는 손질이 어렵다. 질기고 잡내가 심해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한 번 삶은 뒤 찬물로 박박 씻는다. 국밥 맛은 선짓국과 비슷하다. 국물은 얼큰한데, 육수를 쓰지 않아 가볍다. 수구레는 식감으로 먹는 듯했다. 고기를 구하기 어려우니 수구레에서 씹는 식감을 찾는 듯했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재미 있었다.
 
낙동강 중하류 내륙 지역, 그러니까 대구·고령·창녕 등지에서 수구레로 국을 끓여 먹는단다. 대구에서는 낙동강과 지척인 현풍시장에 수구레국밥 집 여남은 곳이 모여 있다. ‘현대식당’ 이상선(76) 할머니는 수구레를 자꾸 “소구레”라고 불렀다.
 

따로국밥

대구의 노포 ‘국일따로국밥’이 원조라는 따로국밥.

대구의 노포 ‘국일따로국밥’이 원조라는 따로국밥.

표준국어대사전은 따로국밥을 ‘밥을 국에 말지 않고 국과 밥을 서로 다른 그릇에 담아내는 국밥’이라고 정의한다. 하나 이 정의는 모순이다. 국밥은 국에 밥을 만 음식이어서다. 대구 ‘국일따로국밥’에 내력이 전해온다. 대구에 피란민이 몰렸던 1950년대, 국밥집에 갓 쓴 어르신들이 들어와 “밥 따로!”를 외쳤다. 양반 체면에 밥을 국에 말아서 먹을 순 없다고 했단다. 국일따로국밥 3대 대표 서경덕(56)씨는 “따로국밥은 우리 집에서 맨 처음 나왔는데 언제부턴가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다”며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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