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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세연 보고서 보긴 했나···"얼빠졌냐”는 이재명 착각

중앙일보 2020.09.17 16:50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모습. 뉴스1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모습. 뉴스1

지역화폐 발행의 역효과를 분석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연구 결과를 놓고 범여권이 '발끈'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맹비난한 뒤 "조사와 문책"을 거론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17일 "지역화폐는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며 이 지사를 지원했다.
 
특히 이 지사는 조세연에 대해 "얼빠진 게 아니면 답하라"며 네 가지 논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세연 보고서 원문에는 이에 대한 답변이 이미 담겨있다. 중앙일보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70쪽 분량의 보고서 전문을 입수했다. 조세연은 전문이 아닌 요약본만 공개했었다. 
이 보고서는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 등이 수행한 선행 연구의 오류부터 지적한다. 그런 다음 지역화폐 발행 효과에 대한 실증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지역화폐 발행으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 피해, 소비자 후생손실, 관리비용 등의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그 결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극단적 위기상황에 빠진 골목경제를 살기기 위해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극단적 위기상황에 빠진 골목경제를 살기기 위해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뉴스1

①지역화폐 역효과? 조세연 근거는 

우선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첫 번째 질문은 "지방행정연구원은 틀렸고, 조세연은 옳다는 근거가 무엇인가"이다. 
 
지방행정연구원의 '고향사랑 상품권의 경제적 효과분석 및 제도화 방안(2017)'에선 지역화폐 사용이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경기연구원의 이상훈·박누리(2018)의 연구에서도 청년배당·산모건강지원사업 등 지역화폐 사업이 도소매·음식숙박·교육서비스업 등에서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에 발표한 여효성·김성주(2019)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조세연은 이들 연구는 지역화폐와 현금 사이의 대체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달 평균 100만원을 쓰는 가구가 50만원의 지역화폐를 구입하면, 50만원은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쓰고 나머지 50만원은 기존 현금·신용카드 형태로 지출한다고 보는 게 합당하지, 지출액이 15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가정"이란 설명이다. 설사 지역화폐 발행으로 해당 지역 통화량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만을 야기할 뿐 실물 경제 부문에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경제학 이론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화폐 발행이 곧바로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의미다.
 

②조세연 지역화폐 연구, 끝난건가?  

조세연은 지역화폐 발행의 역효과를 분석하면서,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전국 사업체 전수조사 자료 등을 이용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지사는 "조세연은 2018년까지 자료로 연구를 끝냈다"며 "이 연구는 끝난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연구 중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도 보고서에 나와 있다. 보고서에는 "2019년 이후에는 지역화폐 발행액 증가, 모바일형·카드형으로의 진화 등으로 기존과는 다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데이터상의 한계로 2019년, 2020년 데이터는 분석에 활용할 수가 없었고, 앞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 지사는 또 ‘조세연의 관련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 미완의 연구 결과를 최종 연구 결과인 것처럼 발표한 것인지’도 물었다. 그러나 조세연은 이 연구보고서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시간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다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해야 할 주제이지, 최종 연구라고 밝히진 않았다. 보고서는 "지역화폐 효과 분석을 최근 정부가 시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와 연결해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다음달 발간 예정인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견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 표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다음달 발간 예정인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견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 표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

③지역화폐 소상공인에 도움? 조세연 생각은 

이 지사와 함께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은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조세연 연구결과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세연 보고서에서도 "지역화폐 발행으로 지역 내 대형마트의 매출을 소형마트(동네마트)로 이전하는 효과는 발생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중앙정부(중소벤처기업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온누리상품권은 발행 주체가 (중앙정부로) 일원화해 있어 각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지역화폐에 정부 재정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한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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