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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남구청장 반격 "삼성역에 고속철 뺀 정부 근시안적"

중앙일보 2020.09.17 11:29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국토교통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 강남구청]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국토교통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진 강남구청]

 "삼성역에 수서발 고속철(SRT)을 넣지 않겠다는 국토교통부 방침은 그야말로 예산 타령만 하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판단입니다."

 
 정순균(69) 서울 강남구청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지난 16일 강남구청 집무실에 만난 정 구청장은 국토부의 판단이 "근시안적"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수요부족과 공기 지연, 사업비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국토부가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SRT를 운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사실이 최근 중앙일보 보도(9월 10일)로 알려진 데 대한 반응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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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는 삼성역에 SRT를 넣지 않고, 고속철을 타려면 수서역을 이용하라는 입장이 명확하던데. 
 "국토부가 뭘 근거로 어떤 판단에서 SRT를 삼성역까지 안 넣겠다고 방침을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속철도 같은 주요 광역교통망을 만들 때는 30년, 50년 등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부는 그야말로 예산 타령만 한다.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이라 안타깝다."
국토부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SRT를 넣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중앙포토]

국토부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SRT를 넣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중앙포토]

  
 -삼성역 SRT 운행에 대해서 그동안 국토부가 별 언급이 없었나.
  "지난해 1월 국토부가 서울시에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설계에서 고속열차 정차시설을 빼라고 요구하기는 했지만, 고속열차를 아예 안 넣겠다는 언급은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서울시도 삼성역 지하에 최소한 고속철 승강장까지는 만들겠다는 입장이었고, 관련 예산 책정까지 했다.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었다."
 

  "삼성역, 서울역보다 수요 많을 것" 

 
 -국토부는 삼성역까지 고속철을 넣더라도 사업비 부담만 늘어날 뿐 신규 수요는 별로 없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생길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GTX-A·C 노선, 위례신사선, 지하철 2·9호선이 들어오고, 인근에 건설예정인 105층짜리 GBC(현대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코엑스와도 지하로 바로 연결된다. 말 그대로 강남의 가장 중심지이자 서울의 중심지, 대한민국의 중심지가 될 곳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역의 여객수요가 20년, 30년 뒤에는 현재의 서울역보다 더 많을 거라고 예상할 정도다."
 
 -삼성역 대신 수서역에 집중투자해서 개발하겠다는 게 국토부 계획이다. 
 "현재 SRT를 이용해서 수서역에 온 지방 승객은 다시 서울 도심에 들어오기 위해서 택시나 버스, 또는 지하철을 타는 번거로움이 있다. 심지어 광주역에서 수서역까지 오는 시간과 수서역에서 도심에 들어가는 시간이 같을 정도다. 수서역에서 삼성역까지 하루에 20회 정도만 고속철을 끌어오게 되면 부산이나 광주에서 올라오는 여객들이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라는 도심 중심에서 편리하게 GTX나 지하철, 버스 등으로 바로 환승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수도권 고속철의 효용가치도 훨씬 늘어나게 된다."
 

  "삼성역 하루 20회면 큰 시너지"

 
 -수서역도 같은 강남구인데 굳이 삼성역 고속철을 고수할 이유가 있나. 
 "국토부는 수서역과 삼성역을 별개로 보고 얘기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현재 서울역과 용산역처럼 서로 보완하면서 같이 가는 거로 봐야 한다. 새로운 철도 축으로서 수서역과 삼성역을 하나로 보고, SRT의 80%는 수서역에 서고 나머지 20%는 삼성역에 세우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서역의 역할도 훨씬 커질 것이고, 수서역과 삼성역의 시너지 효과로 여객편의도 증대될 수 있다."
이르면 2027년 완공예정인 삼성역(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사진 서울시]

이르면 2027년 완공예정인 삼성역(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사진 서울시]

 
 -승객 편의 외에 삼성역의 장기적인 비전은 어떤 게 있나. 
 "남북 평화시대가 온다고 가정하면 용산역·서울역을 축으로 한 철도 노선과 함께 수서역·삼성역 중심의 또 다른 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삼성역에서 출발해 의정부를 거쳐서 북한을 통과해 중국, 시베리아, 유럽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삼성역이 유라시아선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삼성역을 개발하자는 거다. 지상역도 아니고 지하 7층 깊이인데 만약에 최소한의 기반시설도 안 했다가 나중에 여건이 바뀌었을 때 그 노선 하나 더 깔기 위해서 예산 낭비하고 하는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역까지 SRT를 연장하려면 2500억원가량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2500억원이 어떤 근거인지 모르겠는데 GTX-A 노선이 삼성역으로 오지 않나. 여기에 추가로 승강장 시설만 설치하면 된다. 선로는 GTX-A와 SRT가 공유한다. 일부 시설만 보완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로 2500억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만약에 추가 건설비가 정 부담된다면 우리 강남구도 일정 부분 분담할 용의가 있다. "
  

 "국토부 방침 고수 땐 모든 수단 동원" 

GTX와 SRT 노선도. [연합뉴스]

GTX와 SRT 노선도. [연합뉴스]

 
 -삼성역 고속철에 대해서 서울시도 강남구와 같은 입장인가. 
 "고 박원순 시장도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 최소한 하루 20회 정도는 고속열차 들어와야 한다고 보고, 그에 대한 설비는 갖추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안다. 지금 서울시도 이 뜻을 따르고 있다."
 
 -국토부는 이미 방침이 정해졌다는 입장인데 향후 대응 방안은 뭔가. 
 "GTX-A는 현재 공사 중이고,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아직 착공도 안 했다. 얼마든지 계획 수정이 가능하다. 국토부가 다시 한번 생각한다면 기존 방침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거로 믿는다. 만약 국토부가 기존 방침을 계속 고수한다면 주민과 국민의 희망과 염원을 위해서라도 정치권, 청와대, 총리실 등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삼성역 고속철 운행을 관철할 것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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