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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초만 봐도 토할거 같다"…열흘새 마구 퍼진 잔혹영상 파문

중앙일보 2020.09.17 05:00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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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만 보고 껐는데도 계속 토할 거 같고, 잠잘 때 꿈에 나와 힘들어요.”

“영상 링크를 단체 대화방에 올렸는데, 친구가 그걸 보고 엉엉 울었대요.”

 
사람을 살해하고 잔인하게 다룬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이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파문이 인다.
 
15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해당 영상을 포함한 웹사이트 링크가 공유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선 엉뚱한 제목을 달아 클릭을 유도한 후 갑작스럽게 영상을 시청하도록 하는 ‘낚시 글’도 보인다.
 
영상의 등장인물은 모두 서양인이다. 촬영지도 해외로 보인다. 동영상을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포르투갈어로 쓰여 있는 점을 고려하면, 포르투갈 혹은 남미 등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영상이 연출됐는지, 실제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특히 미성년자 사이에서 영상이 돌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 동영상 기반 SNS에 들어가면 청소년으로 보이는 사용자들이 감상평을 주고받고 있다.
잔인한 영상 캡처. 중앙포토

잔인한 영상 캡처. 중앙포토

9월 6일부터 본격 확산한 듯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6일부터 집중해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영상 검색 횟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서양인 아버지와 아들이 포로로 잡힌 가운데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아들이 절규하는 내용의 영상도 영문 웹사이트를 통해 퍼지고 있다. 최근 회사원 김모(25)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이런 영상이 쉽게 검색돼 너무 놀랐다”며 “유사한 엽기 영상만을 모아 놓은 해외 웹사이트도 있던데, 아이들이 알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너프 필름, 점차 잔혹해져

실제 잔혹한 살인·자살 장면 따위를 찍은 영상물을 스너프 필름(snuff film)이라고 한다. 국제 테러단체 등이 포로를 처형하고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이 대표적인 스너프 필름이다. 2004년 한국인 고(故)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처형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준 바 있다. 2018년 말 ‘버닝썬 게이트’ 당시 불거진 가학적 성폭력 영상도 스너프 필름의 일종이다. 제작자들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스너프 필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업계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스너프 필름인 것처럼 연출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스너프 필름을 통해 성적 흥분감 등을 느끼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너프 필름은 점차 폭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많은 영상물이 범람하는 가운데 대중의 관심을 끌려면 자극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스너프 필름은 미성년자들의 모방 범죄를 부를 수 있다고 공 교수는 경고했다. 영상에 나오는 끔찍한 행위가 현실에서 흔히 일어날 만한 것이라고 착각하게 해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국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AP=연합뉴스

국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AP=연합뉴스

신고 절실, 유포하면 처벌받을 수

시민단체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민들은 스너프 필름을 발견한 즉시 관련 유통 플랫폼 사업자와 방심위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권했다. 방심위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스너프 필름을 인지한 뒤, 심의 의결을 거쳐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또 “현행법상 범죄 목적·교사·방조 등의 불법 정보를 유통하면 형사처벌될 수 있다”며 “네티즌들은 스너프 필름 링크를 유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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