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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속풀이처방] 현대판 마귀론

중앙일보 2020.09.17 00:25 종합 26면 지면보기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가톨릭 교회의 흑역사를 꼽으라면 단연 중세 마녀사냥이다. 광적인 신앙심으로 무장한 자들에 의해 벌어진 마녀사냥. 그 사건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는 지금까지도 반 가톨릭적인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현대의 마귀는 유혹자
유혹에 빠져 분별력 잃고
엉뚱한 사람 마녀로 몰아
마녀사냥의 흑역사 재연

이 흑역사에 대해 가톨릭 신학자들은 성찰의 자세로 글을 쓴다. 독일 가톨릭 신학자 아우구스트 프란츤의 『세계 교회사』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중세 후기 교회의 폐해는 도처에 있었다. 가지각색의 외형적인 기도 형식에 빠진 종교 생활의 기형적인 부분, 기적광, 지옥과 마귀에 대한 공포와 병적인 마녀 망상.’ 그 당시 사람들이 집단 히스테리 증세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집단적 신경증 증세가 심할 때 마녀사냥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로 인해 가톨릭 교회는 구마기도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가지게 되었고, 마귀가 들렸다고 믿고 구마기도를 하고 성수를 뿌리는 신심 행위는 정신의학의 대두와 함께 교회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가톨릭의 이런 흑역사를 비난하던 개신교에서 마귀론이 등장하더니 가톨릭과 비슷한 전철을 밟아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마귀가 들렸다’ ‘쫓아내야 한다’며 구타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구마자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로 치부되는 것이다. 물론 정신의학에 무지한 광신도들이 조현병 증세를 마귀가 들린 것이라 여기고 기도를 하다가 없는 마귀가 생기게 하고 정서적 발작 증세를 유발하는 등의 사고를 일으키니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 또한 무지한 행위다. 마귀의 존재성에 대해 정신과 의사인 스캇펙 박사는 자신의 실제 경험으로 인정한 바 있고, 가톨릭 교회 역시 조심스럽게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구마 사제는 로마 바티칸에서 특별 수련을 받는다.
 
속풀이처방 9/17

속풀이처방 9/17

현대에도 마귀는 존재한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내지 않는 비존재로 존재한다. 일명 유혹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강력하게 유혹하는 소리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듯하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절벽에서 뛰어내리라고 달콤하게 유혹한 유혹자가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귀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소리로도 존재한다. 악령이 들린 자는 영화처럼 흉하고 추한 모습이 아니라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는 자다. 영혼이 오염되어 마귀의 유혹에 빠져서 분별력을 잃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도 마귀가 들렸다고 한다.
 
구마기도를 하는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신부님, 요즘 아주 큰 마귀에 걸린 사람이 있는데 누군지 아십니까? 전광훈입니다. 마귀들은 돈·여자·명예로 사람을 유혹하는데, 그 사람은 이 세 가지에 다 해당합니다. 헌금 내는 시간이 가장 기쁘다고 하니 돈, 빤쓰 목사란 별명으로 보아 여자, ‘하느님 까불면 죽어’ 등의 종교적 망언을 하니 명예욕.”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귀가 들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리분석 상으로 과대망상증은 있는 듯하다. 집회 시 자신을 독일 신학자 본회퍼에 빗댄 것이 그 예다. 디히트리히 본회퍼는 독일 히틀러 암살사건에 가담했다가 처형당한 개신교 교수로, 가톨릭교회에서도 존경의 대상이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많은 가톨릭 신학자들이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소위 좌파 신학으로 분류되는 해방신학의 원조다. 그런 그를 전광훈 목사가 자기와 유사하다고 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심지어 순교 운운하며 자신을 본회퍼 목사와 같은 순교자인 양 연출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그런데 한술 더 떠 그의 추종자들은 그를 비판한 사람들에게 마귀가 들렸다고 몰아붙인다. 그것도 복지사업에 헌신적인 신부를 전광훈 목사를 비판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귀가 들린 신부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마귀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
 
요즘 여러 가지 사건들에는 종교가 개입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는 종교들을 보면 중세 가톨릭 교회의 모습이 보인다. 전염병을 기도로 치유하겠다고 하다가 몰살당한 과거의 맹목적인 믿음을 다시 설교 시간에 외치고, 근거 없는 마귀론이 등장하고, 엉뚱한 사람들을 마귀로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지금이 현대인지 중세인지 헷갈린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함부로 뱉는 자들에게 성경은 엄중한 경고를 한다. “조용히 하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마르코 복음 1장 25절의 말씀이다. 시끄러움이 판치는 작금에 던져질 화두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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