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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대학병원 환자들은 그의 작품서 희망을 찾는다…지니 서 개인전

중앙일보 2020.09.17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번 전시에 공개된 조각 회화 ‘Our Sides Illuminated (for My Father)’. 곡면 우드 패널에 작업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 채플에 영구설치된 ‘희망의 빛’ 후속작이다. [바톤갤러리]

이번 전시에 공개된 조각 회화 ‘Our Sides Illuminated (for My Father)’. 곡면 우드 패널에 작업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 채플에 영구설치된 ‘희망의 빛’ 후속작이다. [바톤갤러리]

5년 전 미국 팔로 알토의 스탠퍼드 병원은 새 건물을 지으면서 세계 7명의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이 새 건물의 채플(예배당)에 한국 출신 아티스트 지니 서(Jinnie Seo·57)의 ‘희망의 빛(Rays of Hope)’이 설치됐다. 파란색이 예배당 뒤쪽 곡면의 벽을 감싸고 금은색 실선이 마치 날아오르는 나비 떼처럼 그려진 벽화다.
 

평면 너머 공간의 역동성에 주목
페인팅·조각·설치 다양하게 표현

드로잉과 회화, 조각,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지니 서의 개인전 ‘허 사이즈 오브 어스(Her Sides of Us)’가 서울 한남동 바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8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3층 윙에 1500m 길이의 미디어 아트 ‘윙즈 오브 비전(Wings of Vision)’을 선보인 그의 다양한 작품을 밀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이 전시엔 평범한 작품이 없다. 반듯한 입체 철조망 같은 구조물들이 있고, 구리를 종이처럼 오리고 이은 독특한 형태의 조각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 섬세하게 계산한 작가의 연출이다. “관람객의 발걸음, 시선의 움직임까지 생각했다”는 그는 “전시장은 ‘보는’ 곳이 아니라 걸으며 ‘감각하는’ 체험적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지니 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1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자랐다. 대학 전공은 생물학(뉴욕대). 그러나 대학 졸업 뒤 스코히건 조각예술학교에서 수학하고 뉴욕대에서 회화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설치든, 조각이든 선(線)으로 표현하는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를 만났다.
 
갤러리바톤 지니 서 개인전 ‘Her Sides of Us'현장의 지니 서 작가. 촬영 전병철. [바톤갤러리]

갤러리바톤 지니 서 개인전 ‘Her Sides of Us'현장의 지니 서 작가. 촬영 전병철. [바톤갤러리]

지니 서 개인전 ‘Her Sides of Us(허 사이즈 오브 어스)’ 전시 전경 촬영 전병철.[바톤갤러리]

지니 서 개인전 ‘Her Sides of Us(허 사이즈 오브 어스)’ 전시 전경 촬영 전병철.[바톤갤러리]

지니 서, Cornerstone, 2020, copper square pipe, stainless steel wire, 200 x 170 x 170 cm, [바톤갤러리]

지니 서, Cornerstone, 2020, copper square pipe, stainless steel wire, 200 x 170 x 170 cm, [바톤갤러리]

지니 서 개인전 ‘Her Sides of Us(허 사이즈 오브 어스)’ 전시 촬영 전병철.[바톤갤러리]

지니 서 개인전 ‘Her Sides of Us(허 사이즈 오브 어스)’ 전시 촬영 전병철.[바톤갤러리]

스탠퍼드 병원 채플에 작품이 영구 설치됐다.
“병원이나 교회 등 힐링 공간의 작품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마침 병원 측이 의뢰해 왔다. 병원의 예술위원회는 입구 광장, 3층 로비, 정원, 예배당 등 7개 장소와 작가들을 매치시켰는데, 내 작품의 전체 컨셉트와 구상을 보더니 채플이 좋겠다고 했다.”
 
빛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작품을 준비하며 사람들 마음 안의 빛을 생각했다. 나는 내면의 빛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정수(essence)라고 믿는다. 우리가 빛이며 에너지이고, 우리 내면의 빛이 만남과 관계를 통해 놀라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말이다. 내 작품이 그것을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6.5m 길이의 대형 우드 곡면패널에 작업해 이번 전시에 선보인 ‘아우어 사이즈 일루미네이티드’(2020)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께 바치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위해(for My Father)’란 부제가 붙었다.
 
곡면 바탕에 그림을 그렸다.
“내 머릿속은 항상 공간과 움직임에 대한 생각으로 차 있다(웃음). 곡면은 그 자체가 공간에 움직임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평면과 달리 곡면에 그린 선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조각적인 회화’를 더 발전시켜볼 계획이다.”
 
9·11 사건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안정을 찾기 위해 내 그림을 칼로 오리기 시작했는데 2D(평면)이던 작품이 3D(입체)가 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내 작품이 결국 공간에 대한 얘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서 작가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학고재 갤러리를 설계한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츠 대표)씨와 부부다. 영역은 다르지만, 둘 다 공간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선 똑 닮았다.
 
김성원 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는 “그의 작품세계는 공간을 만나 더 확장되고 다채로워지고 있다. 선으로 하는 작업이 더 자유롭고, 유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9일까지, 사전예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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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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