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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만 보였던 객석, 온라인선 조연배우 표정도 본다

중앙일보 2020.09.17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모차르트’.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모차르트’.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관객은 돈 낼 준비가 됐을까.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공연을 무료 제공해온 단체들이 유료화를 시도한다. 서울예술단은 5~6월 공연 영상 두편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면서 ‘감동 후불제’를 시행했다. 원하는 관객이 원하는 만큼 내는 방식. 서울예술단 측은 “최다 동시접속자 2862명 중 226명이 총 320만원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랜선공연 유료화 “이래서 돈낼 가치”
뮤지컬 주연 아닌 인물에도 주목
낯빛 변화, 손떨림까지 클로즈업
줌인·줌아웃 공연장보다 긴박감
무대 꼭대기서 보는 이색 감동도

서울예술단은 7월 실제 무대에서 호평받은 공연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온라인용으로 새로 녹화해 공개하면서 ‘유료’임을 명시했다. 이달 28·29일 오후 7시 30분에 네이버TV에서 상영하며 관람료는 2만원이다. 스트리밍이 끝나고 3시간 동안 다시 볼 수 있다.
 
프랑스 오페라 ‘마농’도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를 시도한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프랑스 오페라 ‘마농’도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를 시도한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공연의 유료화가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서울예술단은 ‘신과함께 저승편’을 비롯한 4~5편도 유료 상영할 계획이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다음 달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2시에 네이버 V라이브에서 3만9000원에 상영한다. 48시간 관람권과 MD 상품을 포함한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프레젠티드라이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18~27일 총 13회 공연을 생중계하고 1회 공연은 4만4000원, 11회는 18만9000원 관람료를 받는다. 국립오페라단은‘마농’을 25일 오후 7시 30분 네이버TV에서 상영(2만원)한다. 국립극단도 신작 ‘불꽃놀이’로 최초의 유료화 시도를 25·26일 2500원의 관람료로 시작한다.
 
콘텐트의 유료화와 관련,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 전공 교수는 “설득력이 중요하다. 시청자가 납득할만한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공연 제작진에게 ‘돈 낼 가치’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못 보던 장면의 부활’ ‘새로운 감정과 리듬’ 등을 영상의 미덕으로 꼽았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김수기 영상 감독은 모차르트와 부인인 콘스탄체 아버지의 듀엣 장면을 예로 들었다. “모차르트를 협박하듯 각서를 쓰고 돈을 내라고 할 때 대부분 관객의 시선은 둘에게 간다. 하지만 그 옆 콘스탄체와 어머니의 표정에도 감정이 담겨있다.” 김 감독은 두 배우의 표정을 별도로 잡아내 영상에 넣었다.
 
“극장에서 볼 때는 말하거나 노래하는 배우만 보게 되지만 이들에게 리액션을 유난히 잘하는 다른 배우들이 있다. 그걸 잡아내 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극장에서와 달리 영상의 시각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변화한다. 오페라 ‘마농’의 곽기영 영상 감독은 “남녀 주인공이 다투는 장면에서 멀리 앉아있으면 많은 것을 놓친다. 붉어지는 얼굴, 떨리는 손 같은 것을 보여주면 감정을 더 쉽게 따라간다”고 했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를 제작하는 신스웨이브의 신정화 대표는 “극중 내레이터인 S는 사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꺼진 조명 아래에 있다. 하지만 영상 기법으론 화자로서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작품 영상엔 장면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디졸브(dissolve), 오버랩(overlap) 기법이 쓰인다.
 
‘광염소나타’는 스릴러 장르다. 주인공이 광기 때문에 음악을 환청으로 듣는다는 스토리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배우를 잡고 이 장면들이 한꺼번에 겹치게 한다. 화면이 흔들리면서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극대화된다.
 
이런 방식으로 촬영 편집된 공연 영상은 실연과 다른 리듬을 갖는다. 곽기영 감독은 1인극, 1인무의 영상화를 예로 들었다. “무대 위에 혼자 올라와 공연하면 드라마를 만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줌 인, 줌 아웃 같은 촬영기법을 쓰면 실제 무대에서와 다른 긴박함이 느껴진다. 무대에서 지루한 공연이 영상으론 굉장히 재미있기도 하다.”
 
실연에서 호평받고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하는‘잃어버린 얼굴 1895’. [사진 서울예술단]

실연에서 호평받고 온라인 유료화를 시도하는‘잃어버린 얼굴 1895’. [사진 서울예술단]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최진규 영상 감독도 “군무 장면은 눈으로 볼 때보다 카메라가 더 역동적으로 잡을 수 있는 포인트다. 김옥균이 난을 일으키는 2막에서 영상의 장점이 두드러진다”라고 귀띔했다.
 
국립극단 ‘불꽃놀이’의 남인우 연출은 “관객은 없었지만, 쭉 이어서 실제 공연처럼 했고 카메라도 관객 눈높이에서만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교통사고로 친구들을 잃은 주인공이 그들을 불러내는 내용으로 전통 굿을 차용했다. 객석은 무대를 둘러싸고 있다. 남 연출은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객석에서 느끼는 분위기, 즉 뒤에 누군가가 있는 듯한 느낌 같은 것을 영상에서도 느꼈으면 하고 바랐다”고 설명했다.
 
유료화를 할 만한 영상화는 초기 단계다. 이들은“이제는 공연 제작 초기 단계부터 영상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남인우 연출은 “연극은 자기 주도적으로 클로즈업해서 보지만 미디어는 일방적이다. 둘 사이의 균형을 잡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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