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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미향 의원직 사퇴 이유는 차고 넘친다

중앙일보 2020.09.17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정대협 상임대표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재판에 넘긴 검찰의 지난 14일 기소 내용대로라면 그는 횡령·배임·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파렴치범’이나 다름없다.
 

위안부 할머니들께 파렴치 범죄 사과하고
부실수사 검찰, 수사 보완해 추가 기소해야

그런데도 진실을 처음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 치매 와중에 기부 사기를 당한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국민 앞에 공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적반하장 식으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기소 다음 날 보란 듯이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 웃기까지 했다. 지은 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듯한 최소한의 시늉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사실 검찰이 의혹 제기 이후 4개월 만에 기소는 했지만 권력 눈치를 본 늑장·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미향이 저지른 범죄가 심각한데도 구속영장은 아예 청구조차 하지 않았고, 두 차례 소환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기소 내용을 보면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컨대 정대협과 정의연은 그동안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모집하거나 정부 보조금을 수령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자금 추적이 철저하고 충분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윤미향은 5개의 개인 계좌로 모금한 돈, 정대협 경상경비 계좌와 마포쉼터 직원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넘겨받은 돈 등 1억원가량을 임의로 소비해 횡령했다. 딸의 미국 유학비가 1억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서 3억원으로 불어났는데도 횡령한 공금과의 범죄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다. 현금으로 집을 여러 채 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의 자금 출처 규명이 명쾌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봐주기 수사라는 불명예를 벗으려면 진상 규명이 미흡한 부분을 보강 수사해 추가 기소라도 해야 할 것이다. 정대협과 정의연의 부실 공시 등 회계 처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됐지만,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어 입법 보완도 시급하다.
 
비록 부실 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죄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범죄 행위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당초 윤미향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것은 위안부 권익 보호 활동 등을 평가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할머니들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등 부정부패 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난 만큼 의원직 사퇴가 당연한 수순이다. 권력 뒤에 숨어서 무죄와 결백을 주장하며 버틴다고 통할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윤미향을 옹호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이용수 할머니를 치매와 토착왜구로 매도했던 김어준 등 친여 세력들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윤미향이 사퇴하지 않으면 여당은 제명과 출당 등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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