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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인국공 정규직화, 집행하는 사람이 좀 더 유능했더라면”

중앙일보 2020.09.17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구본환. [뉴시스]

구본환.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채용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에 대해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좀 더 유능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국공 사장의 해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총리까지 나서 구 사장이 유능하지 않았다고 몰아가는 모양새다. 구 사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가운데 정부가 구 사장의 해임을 통해 인국공 사태의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학계 “여론 무마용 책임 떠넘기기”
구본환 사장 “이유 없이 사퇴 못해”

정 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중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그 정책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망하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보안 검색요원 직고용 여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인국공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날(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대통령께서 공항에 가서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노동자 고용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큰 뜻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실제 집행은 대통령이 직접 하지 않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국토부는 구 사장을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지난해 10월)와 ‘직원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해임을 건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전직 관료는 “태풍 건은 일정 부분 소명한 것으로 안다. (구 사장은) 최근 이슈가 된 ‘인국공 사태’의 희생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얽히고설킨 정책 문제를 풀기보다 해임 카드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며 “왜 나가야 하는지 이유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퇴로와 명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바로 나갈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제대로 논의를 거치지 않은 대통령의 과도한 정책적 선언이 첫 번째 문제였고, 집행도 세밀하지 못했다”며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도 “인국공 사태를 결과만 놓고 평가하면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다”며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합리적인 정책 집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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