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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미가 5년전 만든 '작계 5015'엔 대북 핵보복 있다"

중앙일보 2020.09.16 05:00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이 핵으로 보복한다는 내용이 지난 2015년 한·미가 새로 만든 '작계(작전계획) 5015'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밥 우드워드 신간, '작계 5027' 포함은 맞지 않아"
"핵무기 사용 작계에 없다"는 청와대 설명과 배치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최근 신작 『격노』에서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에는 미국의 북한 공격 방안으로 핵무기 80개의 사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기술했으나 이는 다소 부정확한 내용이며 실제론 '작계 5015'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 3가 발사돼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이 미사일엔 핵탄두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미 공군]

지난해 10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 3가 발사돼 하늘을 날아가고 있다. 이 미사일엔 핵탄두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미 공군]

1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ㆍ미가 새로 만든 '작계 5015'에 북한의 핵을 억제하고, 북한의 핵 사용에 대응하는 수단이 포함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 핵사용에 대응하는 수단의 하나로 ‘북한의 핵 공격→미국의 핵 보복’ 방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작계 5015'에는 북한의 어느 곳을 핵탄두로 타격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며 "미국의 '확장억제(핵 우산)' 정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밥 우드워드의 신간이 논란이 되자 전날인 14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앞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격노』에서  2017년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같은 전쟁계획은 선반 위에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네브라스카) 오마하의 전략사령부는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했으며, 미국의 공격 대응방안은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작계 5027'엔 핵 사용에 대한 내용이 없다. 우드워드가 착각한 거 같다”는 반응이다. '작계 5027'은 한반도에서 남북한간 전면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수립됐다. 미국은 개전 90일 안에 병력 60만명, 5척의 항공모함, 함정 160척, 항공기 2500대 등의 전력을 한국에 보내는 거로 돼 있다.     

 
현재 지구상 유일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미국 공군 B-2 스피릿. 미국은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탄(ICBM), 전략잠수함(SSBN) 등 전략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노스럽그루먼 유튜브 계정 캡처]

현재 지구상 유일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미국 공군 B-2 스피릿. 미국은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탄(ICBM), 전략잠수함(SSBN) 등 전략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노스럽그루먼 유튜브 계정 캡처]

그러나 '작계 5027'은 전면전에만 초점을 둬 그동안 다른 상황의 군사 작전에 대비하기 위해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나온 게 2015년 한·미가 새로 만든 '작계 5015'다.
 
이 작계에 북한의 핵 공격시 핵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징후에 따른 WMD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과 북 지도부 제거를 위한 공격(참수작전)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이 밖에 '작계 5015'엔 서해 5도와 같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국지 도발이나 북한에서 군사 쿠데타ㆍ민중 봉기ㆍ대규모 탈북 등이 일어나는 급변 사태에 대해 한ㆍ미가 군사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작전에 정통한 군 소식통은 “우드워드가 언급한 핵탄두 80발 사용 가능성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한ㆍ미의 연합 작계('작계 5015')가 아니라 미국의 독자적 작전계획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략사령부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전략잠수함(SSBN) 등 핵전력을 다룬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은 동맹국 중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하는 연합 작계를 한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만 짰다”면서도 “핵무기의 사용권은 미국이, 특히 미국 대통령이 독점한다. 동맹국의 의견을 듣기는 하겠지만 참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찰스 리처드 미국 전략사령관은 14일(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에서 '작계 5027’에 핵무기 사용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어떤 작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어떤 작전계획이 검토될 필요가 있든, 우리 군대는 요청받는 것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철재 기자 se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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