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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판결’ D-20일···삼성·애플식 합의 가능성은?

중앙일보 2020.09.16 05:00

ITC 최종 판결 예상 시나리오 셋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전의 향배를 결정지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ITC의 최종 판결은 오는 10월 5일(현지시각)에 내려진다. 국내ㆍ외에서 10건이 넘는 민ㆍ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ITC의 최종 판결은 영향력이 가장 크다. 다른 재판도 대부분 ITC의 결정을 준거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시장 조사업체인 IHS는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 180조원 대를 넘어설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이번 판결은 180조에 달할 배터리 시장 경쟁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20년 상반기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0년 상반기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나리오 ① 조기 패소 판결에 이어 SK이노베이션 패소  

 
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ITC의 최종 판결을 예상한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조기 패소 판결에 이어 별도의 절차 없이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는 경우다. LG화학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미 대통령은 60일 이내의 기간에 ITC 결정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 등을 내릴지, 이를 거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일 패소 결정이 내려진다면, SK이노베이션으로선 사실상 미국 내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접거나, 우회로를 통해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물론 패소 판결 이후에도 연방 법원 등에 항소는 가능하다. 하지만, 항소해서 이기기까지 장기간 수입금지 조치 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물론, 패소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한다면 수입금지 조치 등은 철회된다.  
 
미국 ITC가 공개한 판결문 일부. 2018년 작성된 SK이노베이션 내부 e메일에서 LG화학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ITC 자료 캡처

미국 ITC가 공개한 판결문 일부. 2018년 작성된 SK이노베이션 내부 e메일에서 LG화학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ITC 자료 캡처

시나리오 ② 조기 패소 판결 인정하면서 추가 조사 

둘째, ITC가 기존의 조기 패소 판결 내용은 인정하면서 ‘공익(Public Interest)’ 여부를 더 세세하게 따져볼 수 있다. 여기서 공익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하는 게 미국과 그 기업 등의 이익과 부합하는지를 의미한다. 이 경우 ITC는 공청회(Public Hearing)를 열고 미국 내 주(州) 정부와 시(市) 정부, 협력사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게 된다. 공청회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제품 등에 대한 수입 금지 여부가 결정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물론 두 회사의 협력사 등이 잇따라 ITC에 의견서를 내는 이유다. 
 
공청회 결과가 부정적일 땐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공장 가동 및 영업은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LG화학 역시 SK이노베이션으로 인해 ▶ 어떤 영업비밀이 침해됐는지 ▶ 얼마만큼의 피해를 보았는지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공청회가 열린다면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힘든 이유다. 이와 관련 LG화학 측은 "ITC는 어떤 영업비밀을 SK가 어떻게 사용해 소재·부품·셀 등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리스트를 갖고 있고,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③ '수정(Remand) 지시' 내려질 경우

 
마지막 시나리오는 ITC가 지난 2월 내렸던 예비 판결과 관련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경우다. 사실상의 전면 재검토 결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가장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ITC는 당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영업비밀 침해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투지 않았었다.  
 
 
 
또 ITC는 지난 4월 조기 패소 판결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in its entirely)를 결정한 바 있다. 사건을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도록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이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갈 길은 멀다. 수정 지시 이후 최종 결정까지 다시 ITC에서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든다. 이후 연방법원 재판과 그에 대한 항소심 재판까지 고려하면, 관련 소송은 3~4년가량의 세월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그 기간 양쪽은 불확실성과 소송 준비에 시달려야 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이미 4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삼성-애플 소송전 7년 끌다 합의로 마무리  

ITC가 어떤 결론을 내리건 이후에도 후속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점에는 업계 내에 이견이 적다. 법무법인 다래의 윤정근 변호사(전자공학 박사)는 “영업비밀 침해나, 특허 소송의 특성상 ITC의 최종 판결 이후에도 관련 소송전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침해 소송전도 7년간 끌어오다 결국 2018년 양사 간 합의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당시 두 회사는 재판을 관할하는 미국 새너제이 연방 지법에 ‘화해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는 서류를 제출하고 특허 분쟁을 마무리했다. 더 싸움이 길어지는 건 실익이 없다고 양쪽이 판단한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애플에 건넨 배상액은 6000억~70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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