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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 대책, 뒷북 감독보다 사전 모니터링 우선해야

중앙일보 2020.09.16 00:43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부동산 시장 감시·감독과 교란 행위 조사·처벌을 위해 정부가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토교통부의 임시 조직인 불법 행위 대응반을 확대 개편해 상설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거론된 대규모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서 물러선 모양새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하지만
사후 단속 대책은 실효성 떨어져

감독기구에 대한 논의는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서 시작됐다. 모든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고 온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기업이나 기관이 대상인 금융감독원과는 달리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개인이 대상인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모든 거래를 감시하고 통제하며 개인의 금융 정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빅 브라더’ 출현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정부는 감독기관 대신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의미와 규모를 축소해 내년에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몇 년간 정부가 규제를 통한 1차원적 수요 억제에 집중하는 바람에 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달아올랐다. 뒤늦게 서울과 수도권에 127만 호의 대량 공급방안을 내놨다.
 
최근 부동산 시장 혼란과 위기는 장·단기 선호도 변화를 사전에 감지·조사하고 지역과 시기별 수요를 분석해 적정한 공급 대책을 수립했어야 할 부동산 정책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텝이 꼬인 결과다. 가격 급등과 시장 급랭에 대한 부담은 늘 실수요자의 몫이었다.
 
‘분석’은 나눌 분(分)과 쪼갤 석(析)으로 이뤄진 단어다. 세분화해서 밝혀 보면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인구·가구·경제 지표에 기초한 거시 시장과 개별 물건 중심의 미시 시장으로 나뉜다. 조사 연구도 사전과 사후 모니터링으로 세분할 수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업무는 미시 시장의 사후 모니터링이다. 올해 8월 불법 행위 대응반이 1705건의 실거래를 조사한 결과, 약 600여 건의 탈세 의심 사례를 국세청과 금융위원회에 통보했고 30여 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후 모니터링으로는 모든 거래를 조사할 수도, 불법 행위를 근절할 수도 없다. 수집 정리한 현장 데이터로 문제를 파악할 수야 있겠지만, 효과는 경고나 엄포 수준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 대책은 아니다.
 
진단과 대책의 번지수도 달랐다. 정책의 실효성 제고가 목적이라면 개별 거래에 대한 사후 감독보다는 거시 시장의 사전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사 연구, 금융, 세무, 부동산 전문 인력의 협업을 통해 거시 시장의 사전 모니터링과 분석을 담당하는 종합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오피스 거래에서 다운계약이나 뒷돈 수수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리츠와 부동산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이 등장하고 연·기금 등 기관들이 거래 금액·수익·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불법 행위가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 시 불법과 편법도 거래 당사자에게 상당한 추징세금과 과태료로 책임을 묻고, 중개업자에게는 자격정지 등의 강한 제재로 눈에 띄게 줄었다.
 
물론 여전히 주택 전·월세 금액이 불투명하고 수익용 부동산의 권리금과 분양금에 대한 현금과 무자료 프리미엄 거래가 현장에 존재한다. 제도와 법령 정비로 불투명 거래가 적발되면 이해관계인 모두가 손해를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거래는 공개하고 가격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존스 랑 라살)이 발표한 한국의 부동산 투명성 지수는 2019년 세계 30위였다.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와 어울리지 않게 후진성을 드러낸 순위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상책(上策)은 길고도 험난한 과정이겠지만, 투명성 강화가 답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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