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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윤미향..시민없는 시민단체의 민낯

중앙일보 2020.09.15 20:08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찬대 의원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0.9.15/뉴스1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찬대 의원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0.9.15/뉴스1

 
 

검찰의 기소에 윤미향 '위안부 피해자 욕보인다'며 반발
정부지원 의존해온 시민단체의 근본문제부터 되돌아봐야

 
 
 
1.
윤미향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건이 14일 검찰의 기소로 일단락됐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속여 돈을 빼돌리고, 억대 모금을 개인적으로 써버렸다는 등 8가지 혐의입니다.  
 
한마디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갖 비리의 원흉이었다는 검찰 수사결과입니다. 물론 유무죄 판단은 재판에서 가릴 것이지만, 검찰이 현직 여당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를 허투루 했다고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2.
주목할 대목은 기소에 반발하는 윤미향과 정의연의 사고방식입니다.  
윤미향은 기소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를 욕보인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들께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연도 15일 입장문을 통해 ‘윤미향은 일생을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라며 ‘(검찰의 끼워맞추기식 기소는) 위안부 운동은 물론 피해 생존자들의 활동을 폄훼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미향과 정의연은 검찰의 기소를‘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합니다. 윤미향이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 그 자체는 아닙니다. 윤미향은 그 활동가였습니다. 그의 비리를 기소했다고 해서 그 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죠.  
 
3.
윤미향 개인이 마치 위안부 운동 자체인듯 착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시민단체(NGO)의 왜곡된 역사에 따른 왜곡된 인식 탓입니다.  
한마디로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입니다. 시민단체인데 시민이 없으니 활동가(상근자)가 단체를 대표하는 꼴이 된 셈이죠.
 
왜 시민단체인데 시민이 없을까요? 1987년 민주화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시민단체들이 시민들의 참여와 후원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에 기대어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돈은 정권으로부터 받고, 활동은 상근자와 명망가 중심으로 하다보니 정작 시민은 안보이는 것이죠. 명망가는 주로 정치성향이 강한 교수, 즉 폴리페서(Polifessor)들이었습니다.  
 
4.
시민단체다운 시민단체의 선두는 1989년 만들어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연)입니다.  
서경석 목사가 주도했던 경실연은 김영삼 대통령 정부 출범후 강력한 지원단체로 활약합니다. 당시엔 개혁적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우파 성향인 서 목사는 현재 광화문집회 주도세력이 되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출범하면서 대표 시민단체가 참여연대로 바뀝니다.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만들어지면서 DJ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이 본격화됩니다.  
좌파 성향 참여연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5.
문제는 이런 정치참여가 시민단체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NGO는 비정부기구(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란 말입니다.  
 
시민단체는 기본적으로 시민의 참여와 연대를 통해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곳입니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순간 시민단체가 정치에 휘둘리게 됩니다.  
 
이명박 집권 직후 정부는 지원금을 우파단체로 돌립니다. 돈줄이 마른 진보 시민단체 대표 박원순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겠다며 서울시장에 출마했습니다.  
엉뚱하게 안철수가 통큰 양보를 하면서 당선됐습니다. 서울시가 진보 활동가들의 아지트가 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란 혹한기를 견뎌냅니다.  
 
6.
문재인 정부 탄생으로 진보시민단체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윤미향까지 금뱃지를 달게 됐습니다.  
 
정작 피해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분기탱천 ‘30년간 이용당했다’고 외쳤습니다. 어쩌면 시민 없는 시민단체 그들만의 잔치판에 참고 참았던 울분이 터져나온 셈입니다.  
정의연은 진보 시민단체의 약한 고리였지만 할머니들 무서워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죠. 할머니의 직접 고발이었기에 윤미향의 아성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7.
권력에 취한 진보 시민단체 출신들은 '자신들이 곧 정의'라는 아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근본부터 되짚어봐야 합니다. 윤미향의 회계비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왜 지금까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지..
 
정치권력, 정부지원에 매달리는 시민단체는 공고(GONGO. Governmental NGO)라고 합니다. ‘정부의존 비정부기구’란 형용모순..가짜 시민단체란 말입니다.  
윤미향의 회계부정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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