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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물리치는 게임했더니 ADHD 치료…'머리로 먹는 약' 화제

중앙일보 2020.09.15 16:47
지난 6월 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치료제 '인데버RX' 게임

지난 6월 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치료제 '인데버RX' 게임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한 모바일 게임을 ‘치료제’로 승인해 화제가 됐다. 이 게임은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랩이 만든 ‘인데버RX’다. 공중에 뜨는 하버보드를 타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엄연한 ‘디지털치료제’다. 게임을 하면 특정 신경회로가 자극되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치료된다. 이 게임을 하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FDA 등 승인 받고 의사 처방 받아야  

‘머리로 먹는 약’ ‘제3의 신약’으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나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신개념 치료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가상현실(VR)·인공지능(AI) 기술 등이 활용된다. 디지털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을 거쳐 의료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의사의 처방도 필요하다. 
임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기술예측센터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비대면이 일상화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초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중독 치료용

디지털치료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미국 페어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리셋((reSET)’이다. 리셋은 약물중독 환자의 인지행동치료(CBT)를 돕는 스마트폰 앱이다. 2017년 9월 디지털치료제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리셋은 의사가 처방해준 암호 코드로 앱을 실행한 뒤 환자가 12주간 동영상을 따라 하는 방식이다. FDA에 따르면, 리셋 치료를 받은 약물 중독자들의 금욕 준수율이 23% 향상됐다.  
 

알약에 전자센서 삽입한 디지털치료제도   

디지털치료제는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물론 조현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금연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 중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치료하는 디지털 앱 ‘프리스피라’,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솜리스트(Somryst)'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오츠카제약이 개발한 항정신성 약물인 ‘아피졸’에 전자 센서를 삽입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아빌리파이마이사이트’도 대표적인 디지털치료제로 꼽힌다.  
디지털치료제 사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디지털치료제 사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형 제약사 뛰어들고 투자금도 몰려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올해 17억 달러(약 2조원)에서 2023년 44억 달러(약 5조2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6년 디지털치료제 시장이 96억 달러(약 11조3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제약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지난 11일 베링거인겔하임은 미국의 클릭테라퓨틱스와 5억 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디지털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했다. 클릭테라퓨틱스는 환자의 인지·행동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다. 또한 영국 글락소스미스는 2016년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해 ‘갈바니’를 설립했고, 스위스 노바티스는 미국의 피어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조현병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돈도 몰리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2’는 미국 디지털치료제 스타트업인 바이오포어미스에 1억 달러(약 1180억원)를 투자했다. 바이오포어미스는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플랫폼 ‘바이오바이탈스’를 개발한 업체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업체인 피치북은 최근 보고서에서 디지털치료제 분야에 투자된 벤처캐피털 자금은 2015년 1억3400만(약 1580억원) 달러에서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치료제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리셋

디지털치료제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리셋

국내에선 뉴냅스 처음으로 식약처 임상 승인 받아  

국내 시장에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하반기엔 첫 디지털치료제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발 빠른 것은 뉴냅스다. 이 회사가 개발한 ‘뉴냅비전’은 지난 7월 식약처의 임상 승인을 받았다. 뉴냅비전은 VR 기술로 시각신경을 자극해 뇌손상 후 시야장애(시각중추가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를 치료하는 의료기기다. 이 밖에 라이프시맨틱스는 앱과 건강 측정기를 연동해 호흡기 환자의 재활을 돕는 디지털치료제 ‘에필브레스’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서 분사한 웰트는 알콜중독용 치료앱 개발에 나섰다.  
  
박지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PD는 “디지털치료제는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지만 각국의 규제개선과 정책 지원으로 연평균 20~30%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하태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치료제가 3세대 치료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가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범위와 개념 등을 보다 면밀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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