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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복지증진 위한 법률 개편 필요하다

중앙일보 2020.09.15 15:49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2019년 국가인권실태조사에 의하면 차별을 많이 당하는 집단은 장애인, 이주민, 노인 순이다. 그러므로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심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장애인의 인권증진에 가장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시기는 40여 년 전 1981년이다. 때마침 유엔에서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를 맞이하여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이 때 보건복지부 안에 장애인복지를 전담하는 주무부서가 신설되었고 이후부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재활복지가 시작되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2020년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장애인 복지 분야는 기적 같은 변화가 있었다.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비롯하여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장애인활동지원법,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지원하는 장애인연금법 등 장애인복지역사를 바꾼 법률들이 제정된 것이다. 현재는 장애인과 관련된 법률만 무려 20여 개에 달한다. 짧은 기간 동안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많은 변화가 있어난 것이다. 하지만 인권을 강조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지속가능한 재활복지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 그중에 중요한 이슈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이 장애인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고용비율 준수가 의무화 되면서 100인 이상 고용한 공공은 3.4%, 민간은 3.1%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게 되어있다. 의무비율 이상 고용하면 사업주가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지급받지만, 의무비율 이하이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것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사업장 특성으로 고용장려금을 지급받고 있지만, 최근 고용장려금을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법인의 운영비 등에 사용하는 기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직업재활시설과 관련된 고용장려금은 근로 장애인 처우개선비로 사용하도록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과의 형평성과 공익법인 활성화 측면에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하는 경우가 아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 직업재활시설의 경우까지 획일적으로 시행한다면 장애인고용을 확대하는 원래의 입법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예컨대 운영을 잘하여 근로 장애인 전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장애인 처우개선비에 사용하라고 한다면 장애인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장 신설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장애인 근로자 채용이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에는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법인에서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장애인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둘째, 장애인활동지원법에 의하여 지원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노인에게까지 확대 적용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신체활동, 가사활동, 사회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적용을 받게 되는데 서비스가 축소되어 오히려 생활이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장애인도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이 65세 미만인 경우에는 장애인활동지원법에 의하여 서비스를 받게 되어 기본적인 돌봄을 받지만 노인이 되면 노인장기요양법에 의한 서비스를 받게 되어 치매 혹은 중풍 노인과 동일한 서비스 시간이 제공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전보다 돌봄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시청각장애인지원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한국헬렌켈러위원회와 밀알복지재단 등이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쉽게도 절반의 성공으로 끝을 맺었다. 2019년 10월 국회에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었다. 의사소통보조기구 개발·보급, 의사소통 전문 인력 양성·파견, 지원을 위한 전담기관 설치 등 지원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법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다.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의 중복장애가 아니다. 마치 빨강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보라색이 되듯이 시청각장애인도 그들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 태어날 때부터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차지신드롬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른 장애와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여 현행 장애인복지법의 체계 안에서 지원하려는 한계를 버려야 한다. 시청각장애인은 가장 심각한 장애이기 때문에 그들의 장애특성에 알맞은 전문적인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입법이념, 시청각장애인 개념, 전달체계, 서비스 내용, 실태조사 및 자조모임 육성 등이 종합적으로 담긴 별도법안이 필요하다. 이번 정기국회 때 법안을 다시 상정한다는 소식이 있는데 합리적인 결정을 기원한다.    
 
넷째, 상속증여세법이 주식 기부와 유산 기부를 활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공익법인이 주식을 출연 받으면 5% 초과분에 대해, 성실공익법인이면 10%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사주가 설립한 공익법인에 자사 주식을 기부하여 우회적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증여의 뜻이 선하고 기업을 우회하여 지배할 의도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더라도 증여세를 내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기부선진국인 미국은 20~35% 까지만 주식 보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영국과 일본은 주식 보유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영국은 유산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속재산의 10% 이상을 기부하는 유산기부자에 대해서는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인하하였다. 복지국가일지라도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를 완전히 책임질 수 없는 사각지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기관의 기부활동은 장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하여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재산세를 면제해야 한다.  
 
끝으로 사회복지법인 등 공익법인의 활성화를 위해서 중앙부처별로 관리하고 있는 관리감독권한을 반관반민 형태의 공익위원회를 신설하여 전문적인 지원과 지도감독을 합리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이미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공익법인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천가로서 체감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이 정부와 갑을관계가 아닌 동반자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하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시대가 변해 갈수록 제3의 영역인 비영리공익법인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법과 제도 역시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소망한다.    
 
-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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