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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보이콧 확산하나 …“중화권 아이돌도 최소한 침묵 지키길”

중앙일보 2020.09.15 14:03
 ‘보이콧 뮬란(#BoycottMulan)’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에 대한 관람거부 운동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시민선언 이설아 대표 "'뮬란' 보이콧 동참 부탁"
"유역비, 홍콩 시민 탄압한 중국 정부를 공개 지지"
"홍콩은 제2의 광주, 민주화와 인권 문제는 외면 안돼"

17일 개봉을 앞둔 ‘뮬란’은 1998년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매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이민족 침입에 맞선 남장여성 뮬란의 활약을 다뤘다.  
동양ㆍ여성이라는 비주류적 영웅을 다룬 데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인기 때문에 흥행이 점쳐진 이 작품이 보이콧 운동에 직면한 것은 중국의 인권 문제와 홍콩 사태 때문이다.
홍콩의 대표적 시민운동가인 조슈아 웡 등이  ‘보이콧 뮬란(#BoycottMulan)’을 제안했고, 한국에서도 시민단체인 세계시민선언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홍콩 사태 등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화 콘텐트를 연계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세계시민선언의 공동 대표인 이설아(26)씨를 14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시민선언은 지난해 홍콩 사태를 계기로 학생 모임과 5개 정당 청년들이 모여 만든 단체에서 출발했다. 숙명여대 정책대학원에서 다문화 정책을 전공하는 이 공동대표와 60명의 활동가가 함께 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 성추행 문제에 대해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세계시민선언은 국가 공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녀가 입고 온 재킷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노란 우산 뱃지가 달려있었다. 이씨는 '뮬란' 보이콧과 관련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화권 출신 연예인들도 중국의 인권탄압과 민주화 문제에 대해 최소한 중립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이설아씨가 영화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이설아씨가 영화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뮬란’에 대한 보이콧하는 이유는?
지난해 홍콩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을 때, 중국 측이 이를 폭력 진압해 수 백명이 다치고 일부는 사인을 알 수 없는 시체로 발견됐다. 그런데 ‘뮬란’의 주연 배우 유역비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글을 올렸다. 그동안 디즈니 측은 인권 옹호에 앞장서는 것처럼 보였다. 흑인 ‘인어공주’ 영화를 제작한다고 밝혔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에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신들이 만든 콘텐트가 인권이나 인종 차별 등에 연루되면 사과했다. 그런데 유역비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뮬란’ 크레딧에는 촬영지였던 신장 위구르 지역의 중국 공안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신장위구르 지역에서는 이슬람교 등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수용소도 운영된다는 의혹도 있다. ‘뮬란’을 보이콧하는 것은 이러한 디즈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국의 인권과 홍콩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행위다.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중앙포토]

다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중앙포토]

디즈니는 왜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돈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으니 이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 ‘뮬란’을 실사 영화로 다시 제작한 것 역시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고 본다.  중국인을 전면으로 내세워 그들의 수요와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권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디즈니가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침묵한다는 걸 설명할 수 없다.  
 
‘뮬란’은 중국 인권이나 홍콩 문제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도 ‘뮬란’의 흥행을 망치는 데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인권 탄압 지역에서 촬영한 뒤 감사 메시지를 남기고, 주연 배우는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는 공권력을 옹호하는 공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해 보이콧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횡포를 용인하고 묵인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영화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운동가 조슈아 웡의 트위터 [트워터 캽쳐]

영화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운동가 조슈아 웡의 트위터 [트워터 캽쳐]

우리까지 ‘뮬란’ 보이콧에 동참해야 할 이유는 뭔가
그동안 우리는 위안부 문제 등 한국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면서 정작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무관심했다. 티베트 문제, 홍콩 문제 등에 대해 정치권도 거의 침묵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홍콩 인권운동가들은 홍콩을 ‘제2의 광주’라고 말한다. 동아시아에서 민주화 운동의 첫 번째 성공은 한국의 광주고, 그다음은 홍콩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이다. 과거 우리가 민주화 과정에서 이웃 나라의 도움을 받았듯이 우리도 침묵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뮬란 보이콧 운동은 홍콩의 시민운동가들과 접촉하며 연대하고 있다. 국내 개봉 후에는 해당 극장에서 1인 시위 등도 계획 중이다. 
 
유역비뿐 아니라 성룡 등 우리에게 친숙한 중화권 연예인들도 홍콩 사태에서 중국을 옹호했다. 그들의 작품도 보이콧 해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되길 바란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중화권 아이돌 멤버들이 SNS로 홍콩 문제나 양안 관계에 대해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은 자유민주국가이고, 헌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인권 탄압이나 홍콩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지적할 권리가 있다. 한국에서 활동한다면 한국의 헌법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중화권 출신 연예인들이 홍콩을 지지하거나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SNS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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