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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매년 위스키 선물한 아버지, 이를 팔아 집 산 아들

중앙일보 2020.09.15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85)

지난주 월요일 지인 여럿이 메신저로 똑같은 기사 링크를 보내왔다. 기사 제목은 ‘28년간 생일 선물로 받은 위스키를 팔아 집 산 아들’이다. 영국의 한 20대 남성은 태어나면서 매년 아버지로부터 18년 숙성 위스키를 선물 받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선물을 절대 따서 마시지 말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위스키 가치가 많이 올랐고, 구입가의 약 8배(약 6300만 원)가 되었다. 아들은 위스키를 팔아 주택 구입 종잣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의 한 아버지가 매년 아들에게 선물한 18년 숙성 위스키. [사진 김민수]

영국의 한 아버지가 매년 아들에게 선물한 18년 숙성 위스키. [사진 김민수]

 
28년이나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위스키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은 많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스키 맛이나 병의 형태가 바뀐다. 그러면 과거에 출시된 위스키는 ‘구형’이란 딱지가 붙으면서 가격이 오른다. 또 시리즈로 출시되는 위스키는 해가 지날수록 먼저 나온 제품이 오른다. 뒤늦게 시리즈를 모으려는 사람이 과거에 나왔던 위스키를 구입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시리즈로 출시되는 위스키는 소유욕을 일으킨다. [사진 김대영]

시리즈로 출시되는 위스키는 소유욕을 일으킨다. [사진 김대영]

 
위스키를 재테크용으로 사는 건 자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정된 재화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매한 위스키는 그 누구도 취하게 하지 못한 채 창고에서 잠든다. 1~2병을 기념 삼아 보관하는 게 아니라, 큰 이익을 취하려고 수십 병, 수백 병을 사들이는 사람도 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맛있는 위스키를 맛볼 기회를 뺏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옛날에 출시된 위스키는 지금 마시는 위스키와 맛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진다. 어떤 이들은 “요즘 위스키는 구형 위스키에 비하면 마실 게 못 된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세상의 모든 위스키를 마셔보지 못했다. 맛의 우위를 구형과 신형으로 나눌 수 없다. 그저 위스키를 좀 더 많이 마셔보거나, 재테크용으로 위스키를 많이 사 모은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현재의 위스키’를 경험해 나가면 된다.
 
세상은 넓고 마실 위스키는 많다. [사진 김대영]

세상은 넓고 마실 위스키는 많다. [사진 김대영]

 
18년 숙성 위스키를 매년 선물한 아버지는 “매년 18년 숙성 위스키를 생일에 한 병씩 사주면 아들이 18세가 될 때 18년 숙성 위스키가 18병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재미있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투자보다 재미로 아들에게 위스키를 선물했다. 위스키를 팔면 집 살 돈이 더 마련되겠지만, 매년 이어온 아버지와 아들의 추억은 사라지고 만다. 앞으로 매년 아들의 생일 때마다 사놓은 18년 숙성 위스키를 마시면 어떨까. 술 한 병을 비워내는 시간만큼, 아버지와 아들의 추억은 더 깊어질 것이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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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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