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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키운 '아기공장'…끌려간 소녀들, 살기위해 낳았다

중앙일보 2020.09.15 05:00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빌미로 신생아 인신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생계가 어려워진 10대 미혼모 등이 아기를 낳은 뒤 인신 매매단체에 팔아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임산부에게 SNS를 통해 "아기를 팔지 않겠느냐"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보코하람 석방 후 피해자된 경우도
일하러 갔다가 강간 당해 강제 임신
연간 75만~100만명 인신매매 피해 추산

14일 영국 가디언,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인신매매 피해자를 돕는 비영리 기구(NPO) 직원인 아반 로버트는 "우리가 돕는 임산부 중에도 아기를 팔기 위해 판매상과 접촉한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최근 코로나 19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10대 미혼모 등이 아이를 낳고 인신매매 조직에 파는 신생아 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이지리아에서는 최근 코로나 19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10대 미혼모 등이 아이를 낳고 인신매매 조직에 파는 신생아 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베레(17)는 원치 않는 임신 후, 파트너나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아기를 인신매매 단체에 넘겼다. 그는 이 과정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털어놓았다.
 
임신 사실을 안 뒤, 에베레는 망연자실했다. 가족들에게 알리면 집안 망신이라고 매를 맞을 게 뻔했다. 죽임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에베레를 임신시킨 남성은 "다시 연락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에베레에게 다가간 건 '사회복지사'였다. 알고 보니 복지사는 '신생아 인신 매매업자'였다. 사회복지사는 출산 후 태어난 아기를 자신에게 파는 조건으로 모자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매매가는 성별에 따라 다르다. 남자 아기는 2000달러(약 236만원), 여자 아기는 1500달러라고 한다. 구매자는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이거나 아동 매춘 알선업자라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신생아를 거래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누구나 기소될 수 있지만, 여전히 거래는 성행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성행..보호시설 가장한 '아기 공장' 

나이지리아에선 2000년대부터 신생아 인신매매가 성행했는데 특히 올해 코로나 19를 맞아 극성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산모가 아이를 팔아넘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2월 나이지리아에서 1~4세 아기 23명과 임신부 4명이 인신 매매업자에게 붙잡혀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 보호 조치했다. 지난 7월에는 3명의 신생아와 10대 엄마가 매매 단체로부터 풀려났다. 지난달에는 나이지리아 여성이 미국에서 3명의 아기를 매매한 혐의로 10년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관련 사건이 터지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게 납치된 소녀들. [중앙포토]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게 납치된 소녀들. [중앙포토]

비극적인 것은 피해자 중 일부는 지난 2017년 나이지리아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여성이라는 점이다. 보코하람의 손에서 겨우 탈출했는데 이번엔 인신매매 조직에 붙들려 아이를 강제로 낳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2015년 보코하람의 점령지였던 나이지리아 북동부 다마삭에서 보코하람의 무기들이 대량 수거되는 모습. 보코하람은 점령지역에서 퇴거하면서 여성과 아이들을 수백명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2017년 보코하람은 납치 소녀 일부를 석방했다. [중앙포토]

2015년 보코하람의 점령지였던 나이지리아 북동부 다마삭에서 보코하람의 무기들이 대량 수거되는 모습. 보코하람은 점령지역에서 퇴거하면서 여성과 아이들을 수백명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2017년 보코하람은 납치 소녀 일부를 석방했다. [중앙포토]

소녀를 속여 보호시설로 가장한 '아기 공장'에 데려가는 경우도 많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처음에 청소 등 가사를 도우며 돈을 벌 줄 알았던 소녀들은 매매 조직이 만든 '아기 공장'에서 강간을 당해 출산했다. 가디언은 "집으로 돌아가면 '미혼인데 임신했다'며 살해당하기 때문에 목숨을 건지려고 아기를 낳는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신생아 인신매매와 피해 여성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으나 유엔은 연간 나이지리아(인구 약 2억명·세계 7위)에서 약 75만~100만명이 인신매매 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권단체들은 인신매매를 철저히 단속하라고 정부에 요구하지만 부족한 예산 등을 이유로 단속은 지지부진하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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