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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1시간, 850원 번다" 음식 금지에 분통터진 PC방

중앙일보 2020.09.15 05:00
14일 다시 영업을 하게 된 서울의 한 PC방. 연합뉴스

14일 다시 영업을 하게 된 서울의 한 PC방. 연합뉴스

14일 서울 갈현동의 하늘다리 PC방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찾아오는 손님을 돌려보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고위험시설 지정 해제로 27일만에 영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됐지만,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할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문을 열어서다. 전기ㆍ통신ㆍ수도요금과 아르바이트 인건비 등 문을 열어봤자 각종 비용이 더 나올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음식을 못 팔게 하니 남는 게 없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다른 PC방은 장사를 하는데 우리만 닫으면 단골 손님도 안 올 것 같아서 열긴 열었는데…”
 
보름만에 다시 찾아가 만난 하늘다리 PC방 점주 윤재종(54)씨는 한 자리 건너 한 곳에 '띄어앉기 필수' 팻말을 세우느라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나마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서 조금 위로는 되는데 이런 상태로 장사를 하기엔 너무 막막해서 계속 고민하다가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14일을 기준으로 PC방을 고위험시설 업종에서 제외하면서 영업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미성년자 출입 금지, 좌석 띄어앉기, 음식물과 음료 판매ㆍ섭취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
 
윤씨는 “식당에서 밥 먹는 건 안전하고, PC방에서 밥 먹는건 위험합니까”라고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그는 “여기서는 대화 하면서 먹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게임 화면을 쳐다보면서 먹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이 떨어진다”며 “그런데도 무슨 근거로 음식을 팔면 안된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4일 서울의 한 PC방 이용자가 띄어앉기로 이용하는 모습. 뉴스1

14일 서울의 한 PC방 이용자가 띄어앉기로 이용하는 모습. 뉴스1

이곳을 비롯한 갈현동 일대 PC방은 1인당 한 시간에 1000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이 중 150원은 손님이 접속한 게임회사에 저작권료로 지급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4000~5000원짜리 라면ㆍ볶음밥 등이 PC방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이 밖에 커피ㆍ캔음료ㆍ과자 등도 함께 판다.
 
“손님이 아무것도 안 먹고 1시간 동안 게임만 하면 850원(1000-150원) 번다는 얘기에요. 이 상태로 며칠 해보고 아르바이트 급여도 못 건지는 수준이면 아예 다시 문 닫고 쉬려고 합니다.”
 
윤 씨는 다시 영업을 시작하면 꼭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한다. 그는 “이미 문 닫고 기기들을 중고 시장에 내놓은 PC방들이 있다는데, 나도 곧 한계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PC방 운영자들의 이익단체인 PC방 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예정대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찾아가 목소리를 냈다. PC방 특위는 지난 주말 정부의 영업제한 완화 결정이 나자 이날 집회를 할지 고심했었다.
14일 열린 PC방 운영조건 해제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14일 열린 PC방 운영조건 해제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문 열어놓고 장사 말라는 것" 
현장에 모인 PC방 대책위 관계자들은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운영 조건에 너무 답답함을 느낀다. 학생 손님과 음식물 판매를 불허하는 조건은 문은 열어놓고 장사는 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PC방 대책위의 또 다른 불만은 피해 보상이다. 정부가 10일 2차 재난지원금 방안을 발표하면서 PC방에도 20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다. PC방 업주들은 턱없이 부족한 보상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김병수 PC방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어떤 근거로 산출한 금액인지도 모를 생색내기에 불과한 돈”이라며 “그 누구보다 성실히 방역지침을 준수해온 PC방 업주들은 참담한 심정이고, 당장 생계비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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