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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정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미가입자 형평성 문제"

중앙일보 2020.09.14 18:40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만 13세 이상 국민에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지적이 14일 나왔다.
 
예정처는 4차 추경안 분석 자료에서 통신비 2만원 지원 사업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통신비 부담이 증가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이 아니라 만 13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지원”이라며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이용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서울시내의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시내의 한 통신사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휴대전화 가입회선은 5606만6169개로 지난달 기준 한국 전체 인구 5183만9953명(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보다 많지만, 예정처는 “일부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국민의 경우 동 사업에 따른 통신비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이에 대해 불평등성 및 차별성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미가입자 구제 방안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예정처는 “청소년·노년층의 경우 부양자 명의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가 다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시적으로 명의변경 신청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알뜰폰(MVNO) 통신사는 직원 수가 적고 영세한 경우가 많아 동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집행이 지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억46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인 통신비 감면지원 임시센터 구축·운영과 관련해서도 “업무계획 수립, 사무공간 임대, 콜센터 상담원 등 인력 채용·교육, 검증프로그램 구입 등 사전준비를 위해 사업개시 전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센터의 비효율적 운영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론의 반응도 우호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1일 실시한 조사에서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잘못한 일”이란 응답은 58.2%로 ‘잘한 일’이란 응답(37.8%)보다 20.4%포인트 높았다. 일회성 소액 지원에 약 9300억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전 국민에 치킨 한 마리씩 돌려라” 같은 비아냥도 나온다.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통신비 2만원 지원 대신 “전 국민 독감 백신 예방접종”(주호영 원내대표) “대학생 1인당 장학금 50만원을 지급”(배준영 대변인)을 주장했고, 정의당도 이날 “통신비 지원 방침을 재고하고, 원래 정부가 계획대로 어려운 계층을 지원하는 취지를 살려 긴급고용안정자금으로 확충할 것을 검토해주길 바란다”(심상정 대표)고 촉구했다.
 
하지만 당·정·청은 통신비 2만원 지원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전달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했고, 이날 중앙일보와 만난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과 당 대표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어도 철회는 없다”고 말했다. 당·정 간 숙의를 거쳐 문 대통령의 동의까지 받은 사업인 만큼 재론은 없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13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와 주례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도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침에 대해 다른 견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당에서 더 논의할 게 없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잘 설명하면 국민도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무료와이파이(Wi-Fi)망 확대와 관련해선 김 지사의 독자 행동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친문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지사가 일회성 지원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 낸 아이디어일 뿐 따로 당과 상의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당의 공약으로 3차 추경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돼 있지만, 관련 장비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고 겨울철엔 공사도 힘들어 올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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