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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마시지 말라는 PC방...스타벅스엔 손님 가득 찼다"

중앙일보 2020.09.14 17:07
14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대 일대의 한 PC방 과자 진열장과 냉장고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14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대 일대의 한 PC방 과자 진열장과 냉장고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음료·음식은 판매가 안 됩니다. 목 마르면 정수기는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4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 앞의 한 PC방. 업주 한모씨는 먹거리를 찾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며 선반 위 종이컵을 가리켰다. 이 PC방 내 식품 진열장과 냉장고 앞에는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90여석 규모의 이 PC방에 손님은 2명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10분의 1 넘게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한씨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음식이나 커피를 팔 수 있고, PC방만 음식 판매를 금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PC방은 음식점·카페처럼 사람이 모여 앉는 것도 아니다. 음식을 나눠 먹지도 않는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물도 먹지 말라는 PC방, 스타벅스엔 사람 몰려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이날 0시부터 영업 금지가 풀린 PC방들은 영업 재개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음식 판매 금지 조치에는 불만이 여전했다. 인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30대 문모씨는 “물도 판매하지 말라고 안내받았다”며 “고위험시설 지정은 풀렸지만, 그 타격으로 손님은 계속 줄고 있다. 통신비 2만원이나 2차 재난지원금 200만원보다, 방역 기준을 명확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0석 규모의 문씨 PC방엔 이날 3명이 자리에 있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일정거리를 띄워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일정거리를 띄워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2단계로 ‘조건부’ 완화돼 이날 매장 영업이 허용된 수도권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활기를 되찾았다.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나 직장인이 다시 몰렸다. 이날 오전 11시쯤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이 몰리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 4층 건물 전체를 카페로 사용하는 할리스커피 노량진역점 두 층은 거리 두기를 위한 좌석을 제외하곤 손님들로 가득 찼다. 
 
공시생 이모(24)씨는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서 공부하느라 답답하고 집중이 안 됐는데 카페에 올 수 있어서 좋다”며 “다행히 거리 두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수원 팔달구 인계동 인근의 한 스타벅스 매장은 2인석 테이블 4개를 빼고 2·4인용 테이블 약 40여개에 손님이 가득했다. 매장에서는 때때로 “취식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직원들이 매장을 돌며 단속하지는 않았다. 음료나 음식을 다 마시거나 먹고도 마스크를 내린 채 일행과 대화하는 손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명확한 기준 없어 업주·지자체 혼란 

지난 1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수도권 노래방 업주들이 고위험 시설 기준 전면 재검토와 임대료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소상공인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수도권 노래방 업주들이 고위험 시설 기준 전면 재검토와 임대료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소상공인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영업 재개 조치에서 제외된 노래방·코인노래방 업주들은 자포자기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30대 김모(여)씨는 “방역지침을 잘 지키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외면만 당한다. 고위험시설 지정 기준에 대한 설명도 들은 적 없다”며 “고정지출이 월 1000만원을 넘는데, 100일 가까이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PC방 내 취식과 관련해 “PC방 취식 금지는 먹는 동안 마스크를 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조치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다만 물 정도를 간단하게 마실 때 마스크를 쓰고 벗는다면 이는 법령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지자체마다 해석은 갈라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PC방에서 술을 제외한 물과 음료는 판매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PC방 업주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음료 판매에 대한 부분인데, 아직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명확한 유권해석이 내려온 게 없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은 이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로 업종이나 시설에 대한 수칙을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계속 검토하고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5월 ▶공간의 밀폐 정도 ▶이용자 간 밀집 정도 ▶공간 이용자의 규모·수 ▶비말 발생 가능성 ▶이용자의 체류 시간 ▶방역수칙 준수 곤란 여부 등 6가지 기준에 따라 고위험시설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채혜선·김지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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