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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위해 또 손바닥 뒤집은 트럼프 “히스패닉계 위해 싸운다"

중앙일보 2020.09.14 15:17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네바다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50명 이상 집합이 금지된 네바다에서 선거 유세를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네바다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50명 이상 집합이 금지된 네바다에서 선거 유세를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후보는 실패했지만, 나는 여러분을 위해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소수 인종, 경멸·비난하던 트럼프
돌연 태도 바꿔 “나는 언제나 함께였다”
외신, "바이든에 적게 지려는 것"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히스패닉계 표심을 얻기 위해 뒤늦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과거보다 나아졌는지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경제성과를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 호텔에서 히스패닉계 대표들과 가진 원탁 토론회에서다.
 
그는 “남쪽 국경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민자들이 입국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그들(이민자들)은 합법적으로 들어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경한 이민정책을 고수해 소수 인종의 비난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달래려는 것이다.
 

“흑인·히스패닉, 멍청해 내게 투표하지 않는다”던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소수 인종에 대한 비난과 경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집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4년 전 대선후보 시절 당시 “흑인들과 히스패닉은 너무 멍청해 나한테 투표하지 않는다”고 트럼프가 발언했다고 밝혔다. 8일 출간한 「불충한, 회고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실화」에서다.
 
실제로 2016년 대선 선거운동 초기, 트럼프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강간범들(rapists)”이라고 불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부모를 따라온 불법 이주 청년들이 미국에서 추방당하지 않고 학교나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인 ‘다카(DACA)’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히스패닉 표심 잡으면, 대선 승리 가능성↑ 

그동안 소수 인종 유권자들에 대해 이처럼 경멸을 여과 없이 드러낸 트럼프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2020년 대선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치열한 경합지역 중 하나인 플로리다에 있다. 캘리포니아·텍사스에 이어 선거인단 수가 세 번째로 많은 플로리다는 히스패닉 주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보스턴글로브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를 바이든 후보보다 더 많이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부 히스패닉계 지지를 바탕으로 승리에 필요한 표를 보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특히 플로리다 같은 경합지역에서 3분의 1 혹은 4분의 1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뽑는다면, 재선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와 AP 투표통계(AP VoteCast) 분석에 따르면 전체 히스패닉 유권자의 32%가 트럼프 대통령을 뽑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8%의 지지를 받았다.
 

바이든 지지자들 “히스패닉 유권자 목소리 들어야”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계에 대한 집중 공략에 나선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히스패닉 지지자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바이든 후보가 흑인이나 소외된 백인 계층에만 집중한 채, 히스패닉계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지난달 13일 델라웨어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지난달 13일 델라웨어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 때문에 주로 고향에 머물면서 화상회의나 원격 연설 등에 치중하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자, 바이든 후보에 대한 전체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율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가 받은 38%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보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을 더 많이 얻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표차”라고 말했다.
 
한편 13일(현지시간)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실내 유세 일정을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19 국면에 현재 50명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네바다는 대규모 실내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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