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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성폭행한 직원, 취재진 문의한 날 기소한 檢

중앙일보 2020.09.14 15:13
지난 7월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비서실 전 남자 직원이 여성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해자는 수년 전부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의전 업무를 수행해 온 직원이고, 피해자는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직접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당사자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세영)는 지난 10일 서울시 전 직원 A씨를 준강간 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준(準)강간은 약물이나 술 등으로 의사 판단을 할 수 없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피해자가 성폭행 당했을 때 적용된다. 강간죄와 준강간죄는 형량이 ‘3년 이상 징역’으로 같지만, 법원은 강간죄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판단해 무겁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준강간 치상 혐의로 1심서 징역 5년 선고 사례도  

  
지난해 11월 청주지법은 술에 취해 항거 불능 상태에 있는 강사를 성폭행한 학원장에게 준강간 치상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당시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트라우마가 생긴 상황이 감안됐다.  
 

A씨는 4·15 총선 전날인 4월 14일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만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공무원 시험 출신 서울시 직원으로, 정치권에서 들어온 보좌진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 4월 직위해제 됐다.

 
지난 7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거리 행진을 벌인 뒤 서울 저동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7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거리 행진을 벌인 뒤 서울 저동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이 A씨를 뒤늦게 기소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서울시장 비서실 4월 동료 성폭력 전 직원 불구속 기소’ 보도와 관련해 문의가 많아 정확한 보도를 위해 알린다”며 A씨의 기소 날짜와 혐의를 공개했다.

 
피해자 측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4일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중에 가해자 기소가 아직 이뤄지지 않다고 얘기를 했고 취재진이 10일 중앙지검에 기소 여부를 문의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와 인터뷰한 주간지 기자가 문의한 당일 오후에야 검찰이 기소했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중앙지검에서는 7월 중에 기소가 된다고 알렸었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문의한 날 검찰이 기소…검찰은 “보강 수사 감안하면 늦은 것 아니야” 

 

다만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이 넘어온 시기가 지난 6월이고, 보강수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을 감안하면 기소가 늦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구속 상태도 아니었고,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도 않았다”며 “검찰의 보강 수사를 통해 ‘치상’ 혐의를 추가해 법원에 넘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A씨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시는 A씨에 대해 지난 4월 23일 대기 발령하고, 이튿날 직위 해제했다. 피해자는 박 전 시장 당시 비서실에 근무한 2015년 7월~2019년 7월 박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7월 A씨 사건과는 별개로 박 전 시장 성추행 가해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에 알렸다. 여성아동조사부장과 면담 일정을 잡았지만, 돌연 취소돼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서울북부지검은 현재 해당 면담이 갑자기 취소된 배경과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이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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