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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신규 창업 90% 배달 식당, 제2 '대만카스테라'되나

중앙일보 2020.09.14 08:00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43)

코로나로 아예 외출을 안 하니 점심시간에도 식당엔 손님이 없고 대부분 배달을 시켜 먹는다. 이 불황을 돌파하는 길은 배달밖에 없다는 생각에 유행처럼 배달업이 성업 중이다. [뉴스1]

코로나로 아예 외출을 안 하니 점심시간에도 식당엔 손님이 없고 대부분 배달을 시켜 먹는다. 이 불황을 돌파하는 길은 배달밖에 없다는 생각에 유행처럼 배달업이 성업 중이다. [뉴스1]

 
코로나로 인해 국내 모든 자영업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 아예 외출을 안 하니 점심시간에도 식당엔 손님이 없고 대부분 배달시켜 먹는다. 이 불황을 돌파하는 길은 배달밖에 없는지 배달업이 성업 중이다. 매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평소 자신 있는 메뉴를 배달하는 식당은 안심할 수 있으나, 음식을 만드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엄청난 수의 간이주방 업소는 심각한 위생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아마 관계 당국에서 위생점검을 나가면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위생시설도 전혀 갖추어 놓지 않고 자기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가 하면, 치솟은 배달료를 감당하기 위해 저질 식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 배달 전문업체의 배달비가 높아 음식값의 20%가 배달료로 나가다 보니 세후 15% 정도의 이익을 내는 식당업체에선 손익을 맞출 수가 없다. 손해는 볼 수 없으니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배달 음식이 일회용 용기에 담아서 나가니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한 개라도 더 배달해야 수익이 늘어나니 일부 라이더는 목숨을 걸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할 때 자매결연을 맺은 디즈니랜드 사장실을 예방한 적이 있다. 사장실 벽면에 큰 글씨로 SCSE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디즈니랜드의 주고객은 어린이라 회사의 사훈을 SCSE라 정했다고 한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중요한 순간이 오면 고객의 안전(Safety), 고객을 위한 위생적 환경제공(Cleanliness), 고객에 대한 무한 서비스(Service), 마지막에 기업의 이익 실현을 위한 효율경영(Efficiency)의 순서에 따라 디즈니랜드를 운영한다는 설명이었다.
 
국내에도 테마파크가 많지만 대부분이 효율경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을 것이다. 그 다음에 서비스, 위생, 안전 순으로 경영하지 않나 여겨진다. 고객이 놀이기구에 갇혀 공중에 매달려있고, 어떤 워터파크에서는 천장에서 조명 받침대가 떨어져 물놀이하는 아이를 덮쳐 사망사고까지 난 적이 있다. 테마파크의 주고객이 어린이임에도 안전과 위생보다는 이익 실현에 우선 과제를 두고 있으니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SCSE가 아닌 ESCS로 거꾸로 경영을 하는 것이다.
 
디즈니랜드 사장실을 예방한 적이 있다. 사장실 벽면에 큰 글씨로 SCSE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SCSE는 경영 판단을 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 올때 경영판단 의사결정의 순서라고 했다. [뉴스1]

디즈니랜드 사장실을 예방한 적이 있다. 사장실 벽면에 큰 글씨로 SCSE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SCSE는 경영 판단을 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 올때 경영판단 의사결정의 순서라고 했다. [뉴스1]

 
사업을 하는 목적이 이익 실현임엔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모든 사업에는 업의 본질이 있다. 업의 본질을 망각하고 사업을 하면 지속가능한 성공을 보장할 수가 없다.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도 반드시 실천하고 지켜야 할 본질이 있다.
 
음식점의 본질은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식당업에 있어 위생과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대충대충 넘어갈 일이 아닌 목숨 걸고 사수해야 할 절대적 가치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업의 본질을 지키려 하고 누가 뭐래도 위생상태를 엄수해야 한다. 메뉴 하나하나 본인의 노력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신규창업자 열 명 중 아홉명이 배달 식당을 차린다고 한다. 제2의 대만카스테라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자중하면 좋겠다.
 
2평짜리 닭꼬치집을 차리든, 배달 전문 식당을 차리든 본질을 지키는 기본자세를 갖추고 창업해야 한다. 효율과 이익보다 위생과 서비스, 정성스런 맛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면 이익은 저절로 그다음에 따라서 온다. 디즈니랜드의 SCSE 사훈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이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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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필진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 국내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 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강의 등을 통해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갱생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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