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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고통 겪는 PC방, 코로나 이후엔…

중앙일보 2020.09.14 00:15 종합 30면 지면보기
최선욱 산업1팀 기자

최선욱 산업1팀 기자

폭력배, 도박장, 담배 연기…
 
최근 한 PC방 운영자들의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PC방에 대한 이미지다. PC방은 지난달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정부의 영업 제한을 받고 있다. ‘PC방 사장님’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왜 이런 말도 안되는 타격을 받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며 한 점주가 올린 글이 업계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PC방 업계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정부가 영업제한을 한다고 보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PC방 점주도 “학생들 공부를 방해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정부 판단에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지 않은 자영업자가 없겠지만, 특히 PC방 점주들이 집단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이 같은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오해라고 주장하고 싶어서다. ‘PC방 대책위원회’라는 이익단체를 만든 이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영업 제한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노트북을 열며 9/14

노트북을 열며 9/14

PC방 업계는 ▶손님끼리 마주보는 카페·식당보다 안전하고 ▶칸막이 설치와 띄어앉기가 가능하며 ▶게임 로그인 기록 등을 통해 방문 이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영업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3일 일부 제한이 완화됐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업장을 통제한다는 명분 때문에 PC방에 우호적인 여론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PC방 영업제한을 통한 방역 효과 상승과 영업 손실 중 어떤 가치가 더 큰 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PC방 업계에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스스로 나온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전국 8500곳에 이르는 PC방이 한국 e스포츠 산업의 기반이 된다는 건 대형 게임회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게임은 콘텐트산업 수출액 70%를 차지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어두컴컴하고 폐쇄적인 공간에 있던 옛 오락실(아케이드 게임장)의 이미지를 PC방이 떨쳐낸다면 게임 산업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가 될 것이다.
 
실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한 다른 ‘방’도 있다. 2008년만 해도 이른바 ‘도우미’를 두고 술도 팔아 경찰 단속 뉴스에 오르내리던 스크린 골프장은 퇴폐 이미지를 벗고 지난해 이용객 390만명을 기록했다.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 골프 대중화 등 외부 요인도 있었겠지만 업주들의 자정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PC방의 자발적 노력으로 또 한번의 이미지 개선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코로나19 이후엔 개별 점주들의 성공 뿐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도약도 가능할 수 있다.
 
최선욱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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