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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017년 ICBM 쏘자, 美 핵무기 80개 사용 '작계 5027' 검토"

중앙일보 2020.09.13 17: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탐사전문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 대북 외교 비사를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탐사전문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 대북 외교 비사를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교활하고 간교하지만, 결국 어리석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IA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탐사보도 전문기자 밥 우드워드(77)에게 말했다.

우드워드 신간 『격노』내용 잇따라 공개
"北 도발 시 핵무기 80개 사용 작계 5027"
"2017년 첫 ICBM 발사 때 참관한 김정은
조준해 거리 계산, 동해에 에이태킴스 발사"
매티스, 화장실에 비상등·벨 설치하고 대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교활하고 간교하지만, 매우 영리하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의 국가안보담당 알렉스 워드 기자는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우드워드가 쓴 신간『격노(Rage)』에 담긴 북한 관련 내용을 발췌해 자신의 트위터에 11일(현지시간) 올렸다.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에 걸쳐 9시간 동안 인터뷰해 이 책을 썼다. 책은 오는 15일 발간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교활하고(cunning). 그는 간교하다(crafty). 그리고 그는 매우 영리하다. 그리고 그는 매우 거칠다"고 말했다. CIA는 왜 그렇게 분석한 것이냐고 우드워드가 묻자 트럼프는 "왜냐하면 그들은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분야든 간에 자신이 전문가보다 많이 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악시오스가 모은 사례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5년 "나는 장군들보다 이슬람국가(ISIS)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했다. 2016년 "나보다 무역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세계 역사에서 나만큼 세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방문했을 때 의사들이 "어쩜 그렇게 많이 아느냐"고 묻자 "타고난 능력이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혔던 2017년 상황도 자세히 묘사됐다. 그 해 7월 4일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처음 발사한 직후 미국은 김 위원장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북한에 보냈다. 
 
발사장에서 참관하고 있던 김 위원장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그와 똑같은 거리에 있는 동해상으로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을 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깨달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가 트럼프에게 "김 위원장이 ICBM을 쏘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트럼프는 "그가 쏘게 되면 쏘는 것"이라면서 "그는 엄청나게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두겠다"고 했다. 이어 "크고 큰 문제들이다. 누구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대응한다는 반응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미국을 향하는 어떤 북한 미사일도 요격할 권한을 줬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 정말 가까웠다”며 전쟁 직전까지 간 상황을 설명했다. 그해 8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하다 확전을 우려해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올 때 미국을 핵전쟁으로 이끌 수도 있는 결정을 몇 분 안에 내려야 한다는 부담을 늘 인식하고 있었다. 샤워 중 미사일 경보가 울릴 경우에 대비해 화장실에도 비상 경고등과 벨을 설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를 "이전보다 덜 위험해졌다"고 평가하면서 "그 이유는 그(김 위원장)가 나를 좋아하고, 내가 그를 좋아해서 우리는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내가 순진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 멋질 것 같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9월 26일 유엔 총회 기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9월 26일 유엔 총회 기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언론에 묘사한 상황과 우드워드 책을 통해 드러난 정황이 일부 다른 경우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8월 5일 편지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CNN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명백하게 화가 났고,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정말로 매우 화가 났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내 "각하께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우정이 있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매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고만 언급했다.
 
매기 헤이버먼 뉴욕타임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칭찬한 상황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서로 좋아한다고 언급한 뒤 자신과 김 위원장 관계도 그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시 주석과 사이좋게 지낸다. 아베 총리와도 친하게 지낸다. 그는 많은 사람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한 해 동안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1년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이었다. 아베 총리와 '잘 지낸다'고 표현한 근거는 불분명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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