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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만에 1조원 늘어난 신용대출…'빚투·영끌' 핀셋규제 검토

중앙일보 2020.09.13 16:29
신용대출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만 이달 들어 1조원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소집해 신용대출 급증 현황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출을 조이는 핀셋 규제도 검토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섣불리 돈줄을 조일 수 없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대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대출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 대출 잔액(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10일(8영업일) 만에 1조1425억원 늘었다. 현재 추세대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신용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4조755억원) 수준의 증가가 예상된다.
 
저축은행·카드·보험 등에서도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 시중은행을 제외한 신용대출 증가액은 6월(4000억원)→7월(8000억원)→8월(9000억원) 등 매달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규모가 6월 말 14조1000억원에서 8월 말 14조7000억원으로 두 달 사이 6000억원이 늘었다.   
시중 은행 신용 대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sng.co.kr

시중 은행 신용 대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sng.co.kr

주식 투자자금과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풍선효과 등이 신용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공모주 청약 증거금만 58조5000억원이 몰렸는데, 청약 첫날인 이달 1일에만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조8034억원 늘었다.  

 

핀셋규제 검토하지만…저소득층 타격이 걱정

신용대출이 이례적으로 급증하자 금융당국도 실태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시중은행 대출 관련 실무자와 회의를 진행했고, 이달 14일에는 은행 대출 담당 임원과 회의가 예정돼 있다. 10일 회의에서는 신용대출 급증에 은행권의 실적 경쟁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은행의 실적경쟁이 신용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은행은 실적 경쟁보다는 낮은 금리와 대출 편의성 증가(비대면 신용대출)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고 한다. 금감원은 제2금융권에서도 신용대출 기초자료를 받아 대출증가 원인 등을 살펴보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은행의 실적경쟁이 신용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은행의 실적경쟁이 신용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당국이 신용대출을 본격적으로 살피며, 조만간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대출의 경우 담보가 없는 대출인만큼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권 전반으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은 긴급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섣불리 규제에 나섰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등에게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워낙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인위적인 규제로 신용대출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어느 정도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라며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리거나 하는 현상 등이 확인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핀셋 규제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규제에 나선다면 일차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우회 수요가 대상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이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 대한 실태점검을 시작했다. DSR은 주택·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은 DSR 40%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런 DSR 비율을 낮추거나 규제 적용 대상을 넓히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 규제가 강화되면 소득이 적은 계층이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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