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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병 실명 공개되자…"인생 망칠 각오됐나" 테러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0.09.13 15:52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처음 제보한 A씨에 대해 여당과 여권 지지자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A씨의 실명을 언급한 이후 A씨의 개인 SNS나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 실명과 신상정보를 포함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씨 실명 공개 후…SNS 테러

13일 A씨의 개인 SNS 등에는 비방성 메시지가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등에서 A씨의 이름을 검색해 신상정보를 찾아낸 뒤 욕설을 보내는 것이다. 대부분은 익명으로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A씨의 페이스북 주소는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상황이다.
 

친여 커뮤니티엔 "일베", "사회 부적응자"  

또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공개적으로 A씨를 비방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11일 한 커뮤니티에는 ‘당직사병 A씨가 내 지인이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A씨의 페이스북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성향이 그냥 ㅇㅂ(일베)다”며 “단체 생활에 적응을...(못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추미애 장관 아들 서모씨 관련 증언을 한 당직사병의 실명을 결국 지웠다. [황 의원 페이스북 캡처]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추미애 장관 아들 서모씨 관련 증언을 한 당직사병의 실명을 결국 지웠다. [황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 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SNS 보니 사회부적응자 같다. 역시 일베”, “XX같이 일개 사병이 뭘 안다고" 등이다. A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속어를 쓰거나, 얼굴에 대한 지적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 사람이 당직사병”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순식간에 수십개 댓글이 달렸다. “왜 저러고 사느냐”, “본인 인생 망칠 각오는 돼 있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A씨는 “2017년 당직사병 근무 중 서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았고, 모르는 대위가 와서 휴가 처리를 지시했다”고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황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최초 트리거인 OOO(A씨 실명)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며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황 의원은 이수 A씨의 실명 공개가 논란이 일자 실명을 지웠다.  
11일 오후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13일 기준 121개의 댓글이 달렸다. [커뮤니티 캡처]

11일 오후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13일 기준 121개의 댓글이 달렸다. [커뮤니티 캡처]

秋 장관, 3년 전엔 "내부고발자 적극 보호해야"

제보자의 신원 보장과 비방 금지는 역설적으로 여당에서 여러 차례 주장해온 사안이다. 추 장관은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던 2017년 “내부고발자는 고발 과정에서 스스로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에도 공익제보자라는 자신감보다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내부고발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추 장관 아들 서씨 측은 최근 “서씨의 용산(카투사) 배치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한 예비역 대령 이모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다. 서씨 측은 당직사병 A씨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이라며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명예훼손·모욕 모두 해당"

법조계에서는 A씨 등 제보자에 대한 신상 유포와 악성 댓글은 명예훼손‧모욕죄 등에 해당한다고 본다.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개인을 특정한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공연성까지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과 모욕 모두 해당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처벌만 원한다면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모두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12일 오후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당직사병 당직 제소자 될 듯'이라는 제목의 글에 13일 기준 17개 댓글이 달렸다. [커뮤니티 캡처]

12일 오후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당직사병 당직 제소자 될 듯'이라는 제목의 글에 13일 기준 17개 댓글이 달렸다. [커뮤니티 캡처]

당직사병 근무 날, 휴가 행정명령

한편 A씨의 최초 제보를 신뢰할 만한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2017년 6월 24~27일 서씨가 병가 연장 뒤 사용한 개인 휴가의 행정명령은 25일에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25일은 A씨가 당직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서씨에게 “왜 복귀하지 않느냐”고 전화한 날이다. 또 A씨는 당일 동료들과 나눈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 내용도 찾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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