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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소음 민원에 韓서 실사격 훈련 못해" 또 불만 제기

중앙일보 2020.09.13 14:08

"소음 민원 때문에 한국에선 실사격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회의에서 이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그는 이날 "(훈련장 주변) 주민들로부터 특히 중대 단위 실사격 훈련에 대해 소음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주한미군이) 높은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려면 신뢰할 수 있고, 접근 가능한 훈련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훈련량 부족…"한반도 밖으로 원정 훈련"
7월엔 국방장관 앞에서 불만 토로하기도
'전작권 임기내 전환'엔 "조건 많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이 지난 7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한국 정전협정 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이 지난 7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한국 정전협정 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항공 전력의 (실사격 훈련은) 전투 대비를 위한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gold standard)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럴 (장소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실사격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원정을) 가고 있다"고도 했다.  
 
주한미군은 경기도 포천의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훈련장)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두 곳에서 전차는 물론 아파치 공격헬기의 실사격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소음 민원 때문에 주한미군이 계획한 훈련 일수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사격훈련 문제와 관련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1일 열린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을 앞에 두고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관련 발언이 나왔다.
 
당시 그는 "최근 폐쇄된 사격장과 민간인들의 시위로 대비 태세에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모든 전력을 동원해 실사격 훈련을 실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9월 미2사단과 육군 제26기계화 보병사단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훈련장)에서 한미 양국의 전차, 장갑차, 아파치 헬기, 코브라 헬기, 무인정찰기 등이 참가한 소부대 연합훈련CAPEX(장비능력시범)을 실시했다.아파치 헬기가 목표물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2011년 9월 미2사단과 육군 제26기계화 보병사단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훈련장)에서 한미 양국의 전차, 장갑차, 아파치 헬기, 코브라 헬기, 무인정찰기 등이 참가한 소부대 연합훈련CAPEX(장비능력시범)을 실시했다.아파치 헬기가 목표물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사격 훈련을 둘러싼 주한미군 측의 잦은 불만 제기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훈련 부족 등을 빌미로 '주한미군 축소' 카드를 협상에 들고나올 경우 소음 민원을 해결하지 못한 한국 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에 대규모 병력을 두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미국이 '훈련도 안 되는 곳에 두지 않고, 일부 병력을 필요한 곳에 재배치하겠다'고 나설 경우 한국이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일본 정부가 나서서 주일미군의 훈련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미군이 집중된 오키나와의 부담을 덜기 위해 1999년부터 실사격 훈련을 일본 본토 각지의 훈련장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그래도 야간 사격 등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질 않아 방위성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미군에도 자제 요청을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 9월 미2사단과 육군 제26기계화 보병사단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훈련장)에서 한미 양국의 전차, 장갑차, 아파치 헬기, 코브라 헬기, 무인정찰기 등이 참가한 소부대 연합훈련CAPEX(장비능력시범)을 실시했다. M1A2 SEP 에이브럼스 전차가 목표물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2011년 9월 미2사단과 육군 제26기계화 보병사단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훈련장)에서 한미 양국의 전차, 장갑차, 아파치 헬기, 코브라 헬기, 무인정찰기 등이 참가한 소부대 연합훈련CAPEX(장비능력시범)을 실시했다. M1A2 SEP 에이브럼스 전차가 목표물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CSIS 화상 회의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운용 능력) 3단계 검증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군사적 능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면서 "한국군이 연합군을 지휘할 능력을 보여주고, 한반도를 방어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한반도 상황이 호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3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임기 내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날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북한 상황과 관련해선 "(북한은) 내부적으로 태풍 피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하고 있어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감지되지 않는다"면서 "당장은 어떤 종류의 도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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