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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시신만 보고 범인 잡은 경찰의 비밀···그뒤엔 이들 있었다

중앙일보 2020.09.13 05:00
#1. 지난해 6월 오산의 한 야산에서 17세 남학생이 백골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학생을 살해하고 매장한 피의자들을 같은 해 8월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시신 발견 후 두 가지 사실을 예측했다. 피의자는 남성을 포함한 2인 이상의 또래 가출 청소년 무리일 것, 그리고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란 점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의뢰를 받은 스마트치안지능센터(이하 스마트센터)가 지난 10년간 야외 매장된 백골 발견 사건 140건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수사 결과 예측은 적중했다.

 
#2. 지난 5월 "이정호(가명) 팀장입니다"라는 메시지로 시작된 보이스피싱 사건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에 접수됐다. 의뢰를 받은 스마트센터는 지능수사대에 최근 5년간 전국 13만건의 보이스피싱 빅데이터를 취합한 관계도를 제공했다. 관계도에 따르면 '이정호'라는 가명을 쓴 피의자들은 KB국민은행 계좌를 사용할 확률이 높고, 비슷한 키워드로 접수한 사건은 부산진경찰서와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흩어져 있었다. 빅데이터는 같은 조직이 수법을 조금씩 바꿔가며 저지른 범행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공조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에서 사망자의 머리뼈를 3차원 분석하고 있다 [경찰대]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에서 사망자의 머리뼈를 3차원 분석하고 있다 [경찰대]

'빅데이터' 다루는 경찰관들

지난 2018년 7월 경찰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안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스마트센터를 설립했다. 수사 경험이 풍부하고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경찰관과 범죄·심리·경찰·행정학 석박사가 모였다. 현재 경찰관 7명과 일반직 연구관 3명이 소속돼 치안 기술을 개발한다. 연구비는 기획재정부·과학기술부·경찰청에서 지원한다.
 
스마트센터는 실시간 범죄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분석팀과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치안데이터 분석팀을 운용 중이다. 경찰대에 있는 5층짜리 센터 건물에는 수사용 드론, 3D 프린팅, 자율주행차를 실험할 수 있는 연구실도 갖춰져 있다.
스마트치안지능센터 소속 경찰관과 교수가 범죄사건의 키워드를 입력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관계도를 분석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스마트치안지능센터 소속 경찰관과 교수가 범죄사건의 키워드를 입력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관계도를 분석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정밀 범죄 지도로 순찰차 동선 찍는다

대표 기술은 지역별 범죄지도 기술, 관계도 분석기법, 차량 번호판 정밀감식 기법 등이다. 범죄지도 기술은 세부 지역별 성범죄, 가정폭력 범죄율을 분석해 각 지구대, 파출소 순찰차가 가장 필요한 점을 찍어 동선을 제공한다. 이 기술은 현재 관습적으로 굳은 경찰서별 인력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실제 이 센터는 현재 충남 아산경찰서의 적정 경찰관 수를 도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관계도 분석기법은 각 사건의 키워드를 입력한 뒤 유사 사건을 취합해 수사 힌트를 얻어내는 기법이다. 차량 번호판 감식 기법은 구글 등 인터넷에 나온 차량 사진 데이터를 가져와 흐릿한 폐쇄회로(CC)TV 화면 속 범죄차량의 차량 모델, 연식, 등록번호를 유추하는 기술이다. 기술은 모두 서버실에 저장된 경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서울 지역의 성범죄 사건 발생 지도.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지역별, 유형별 범죄 발생 빈도를 분석한다. 편광현 기자

서울 지역의 성범죄 사건 발생 지도.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는 지역별, 유형별 범죄 발생 빈도를 분석한다. 편광현 기자

"경찰 자체 수사역량 길러야"

현재 스마트센터는 수사 지원을 요청한 경찰서 수사팀에만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아직 경찰 각 부서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통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어서다. 스마트센터는 흩어진 치안 관련 민간·공공 데이터를 모아 통합 분석하는 연구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광호 센터장은 "스마트 치안 분야는 한국 경찰이 국제적으로 많이 뒤처진 수준"이라며 "부서 간 신뢰로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개혁은 경찰이 자체적인 수사 역량을 키워나갈 때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센터 측은 개인 신상이 담긴 수사 정보를 처리하는 만큼 보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이미 갖춘 데이터 보호 체제가 있으며 앞으로도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정보 보호 체계를 갖추고 방대한 데이터로 치안을 지원하는 미국 뉴욕의 실시간범죄대응센터(RTCC)를 롤 모델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 전경. 편광현 기자

경찰대 스마트치안지능센터 전경. 편광현 기자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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