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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매출 200억원 찍었다…티몬 창업자가 꽂힌 시장

중앙일보 2020.09.12 08:00
 
2010년 국내에 처음으로 소셜커머스(SNS 공동 구매를 통해 할인 폭을 넓히는 전자상거래)가 도입됐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첫 사업자인 티켓몬스터(티몬)는 7개월 만에 매출 200억원을 기록했고 3년도 안 돼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당시 25세 젊은 나이에 500만원을 들고 티몬을 창업했던 신현성(35) 대표는 2세대 대표 창업가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IT업계 창업 1세대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한 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한 것과 달리, 창업 2세대인 신 대표는 티몬의 울타리를 넘어 '연쇄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IT 벤처 투자회사 패스트트랙 아시아, 컴퍼니빌더 더안코어컴퍼니, 블록체인회사 테라,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CHAI) 4곳에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차이홀딩스 대표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결제시장을 노리는 중.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차이는 1년 2개월 만에 국내 가입자 200만 명, 누적결재액 8300억원을 달성하며 간편결제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신현성 차이홀딩스 대표이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신현성 차이홀딩스 대표이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 8일 서울 성수동 차이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티몬 성공 이후 많은 기대를 받는 걸 알고 있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결제 영역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년여 만에 차이 간편결제 가입자 200만 명을 달성했지만, 아직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객관적으로 보면 간편결제 시장에서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긴 하다. 그간 차이가 그리는 결제 혁신의 방향도 선명해졌다"
 
간편결제 시장은 IT 대기업들이 뛰어든 포화 시장 아닌가.  
"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코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송금·대출·보험 등 금융상품으로 진출하려는 회사들이다. 우리는 '결제'라는 영역 자체를 혁신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결제 '혁신'은 무엇을 의미하나?
"소비자의 구매 행위 자체를 고민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간편결제가 가진 편이성과 혜택으로 고객을 모으고, 이들의 구매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고객의 생활 길목마다 '차이'를 쓸 수 있도록 배치하는 거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결제 습관을 만드는 '차이 카드'를 열쇠로 본다"
 
신 대표는 "코로나19 역학 조사에서도 카드 결제 정보가 핵심으로 활용되듯이, 한국에서 카드 결제 정보만큼 고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수단별 이용금액 중 카드(신용·체크·직불) 사용 비율은 69.1%로 현금이나 계좌 이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7년 44.3%이던 카드 이용비율은 2년 사이 25%포인트 올랐다.
 
차이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차이 가입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카드는 전통의 강자들이 많다.
"카드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핀테크 업체는 카드에 집중하기 보단 다음 단계로 바로 넘어가려 한다. 우리는 카드의 디지털화와 카드로 생성되는 데이터 활용이 혁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카드와 어떤 점이 다른가.
"게임과 소셜요소를 집어넣었다. 특정 금액 이상 결제할 때마다 게임처럼 '번개'라는 아이템을 모을 수 있고, 앱에서 번개를 활용하면 '부스트'라는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카카오택시를 부를 때 번개 10개를 소비해 카카오택시 부스트를 켜면 50% 적립 혜택을 주는 식이다."
 
지난 7월 출시한 선불형 체크카드 차이 카드는 사전 예약자만 4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차이 측에 따르면 사용자는 주당 평균 20회 접속해 44회 페이지를 본다. 월평균 체류 시간은 64분. 게임 '애니팡'에서 하트를 주고받았던 것처럼 차이 카드 고객은 친구와 번개를 주고받을 수 있고, 사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부스트(할인혜택) 를 즐길 수 있다. 소셜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 카드 사용자의 '초대장'이 있어야만 카드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것도 특이한 부분이다.
 
신 대표는 "카드사 앱은 월 1~2회도 접속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는 고객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디지털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차이카드 부스트 적용예시

차이카드 부스트 적용예시

 
게임 요소 도입이 신선하다
"처음부터 게임회사라고 생각하자고 선언했다. 카드사는 혜택을 홍보하지만, 소비자가 최대한 혜택을 안 쓰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최대한 찾아 누리고, 그 속에서 선호와 취향, 소비 행동 데이터를 발견하고자 한다. 데이터가 쌓이면 거래 이력 기반 마케팅도 가능해진다. 커피 마실 때, 배달음식을 먹을 때, 운전할 때, 주유할 때 각각의 소비 패턴의 길목에 차이 카드의 혜택을 배치하고자 한다"
 
핵심 타깃은 누구인가?
"확실한 취향이 있고 할인·혜택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20~30대 초반 사용자다. 이들을 보면 소비 트렌드 변화를 알 수 있다. 차이 카드 사용자의 80%가 20~30대다. 이들은 SNS나 게임을 하듯 차이 앱을 접속해 즐긴다. 중고 물품을 발견하는 재미를 찾고 소셜 요소가 있는 당근 마켓처럼 차이 카드 앱도 2030이 즐기며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
 
차이는 스타벅스·블루보틀·야놀자·오늘의집·마켓컬리·요기요·카카오T 등 젊은 층이 많이 쓰는 서비스와 제휴에 집중하고 있다. 40여 명의 대학생을 포커스그룹으로 두고 어떤 혜택을 원하는지 피드백 받고 곧바로 반영한다. 대학생들의 '다이소' 결제율이 높아지자 다이소 할인 부스트를 곧바로 제공하는 식이다.
 
신현성 차이홀딩스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신현성 차이홀딩스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앞으로 계획은?
"1년 이내에 차이 간편결제 이용자 200만명을 카드 사용자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카드 및 간편결제 데이터가 쌓인 후엔 무궁무진한 연계·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특히 번개를 사용해 할인받는 '부스트'라는 새로운 요소가 자리 잡고 개인화될 수 있게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로 기존 은행 의 긍정적 변화가 시작됐듯이, 차이 카드로 카드산업의 새로운 혁신이 이뤄지길 원한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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