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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가자"던 文 법무장관 수난사...안경환 5일, 조국은 36일

중앙일보 2020.09.12 05:00

“법무장관은 적어도 2년, 가능하면 대통령과 임기(5년)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서『검찰을 생각한다』(2011년)에서 밝힌 법무부 장관에 대한 소신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행정과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무기”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문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의 무기는 인사권이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강단 있는 검사라도 인사문제 앞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을 대리해 법무부와 검찰을 지휘ㆍ감독한다. 대통령은 최고통수권자이므로 검사들이 대통령에게 항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계획과 달리 이번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및 후보자)이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며 단명(短命)한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대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다. 그러나 그는 5일 만에 사퇴했다. “5년을 함께해야 한다”던 대통령의 계획이 5일 만에 무산됐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안 후보자는 과거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물러났다. 여권 일각에선 안 후보자의 낙마를 검찰의 저항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반적 여론은 청와대 검증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안 후보자의 낙마로 대타로 등장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비검찰 출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었다. ‘검찰 개혁’은 검찰 출신에게 맡길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15일 청와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관계부처 수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 방향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앉아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15일 청와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관계부처 수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 방향으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무일 검찰총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앉아 있다. 청와대 제공

 
박 장관은 2년여의 재임기간(2017.7~2019.9)동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의 이슈를 비교적 큰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검찰개혁의 로드맵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짰다는 게 정설이었기 때문에 박 장관의 존재감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검찰개혁안 발표를 이례적으로 조 전 수석이 직접 했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조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 검찰 개혁의 집행을 맡겼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 구상하던 법무부 장관상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조 전 수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국은 문 대통령의 기대와는 완전히 거꾸로 흘러갔다.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사모펀드, 동생 부부 위장이혼, 부동산 위장 거래, 위장전입, 장남 입영연기, 종합소득세 늑장 납부 등의 의혹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9월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9월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딸의 입시에 후보자 부부가 관여해 특혜를 줬다는 논란은 ‘아빠 찬스’란 유행어를 만들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여기다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해 청와대·여당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9월9일 조 전 장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도덕성·법적 논란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그 와중에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는 일까지 생겼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재임 36일만에 물러났다. 역대 법무부 장관중 6번째 단명 기록이다.
 
조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추미애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힘빼기에 팔을 겉어붙였다. 지난달 검찰인사에선 마지막 남은 ‘윤석열 사단’을 다 잘라내 명실상부하게 윤 총장을 완벽한 식물총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전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뒤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전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뒤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추 장관의 거침없는 질주는 ‘윤 총장 축출’이라는 최후의 목표를 목전에 두고 아들의 군대 휴가 특혜의혹 논란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전임자의 ‘아빠 찬스’ 논란에 빗대 이번엔 ‘엄마 찬스’란 말이 유행어가 됐다. 야권에선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공교롭게 진보 정부 때 임명된 법무부 장관의 임기는 짧다. 노무현 정부 때는 5명의 장관이 평균 11.8개월 재직했다. 이명박 정부 때 3명이 20.3개월, 박근혜 정부 때 2명이 평균 22개월 재직했던 것의 절반 수준이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정치학)는 “도덕성 논란 중 가장 파급력이 큰 사안은 교육ㆍ병역ㆍ취업과 관련된 불공정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내년 서울ㆍ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권 입장에선 추 장관을 경질할 경우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반대로 추 장관을 계속 보호하면 중도층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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