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케냐·나이지리아 등 성범죄자 신상 등록제…지역 사회 고지엔 소극적

중앙선데이 2020.09.12 00:24 703호 2면 지면보기

‘디지털교도소’ 성범죄자 신상공개 논란 

1994년 7월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7살 소녀 메건 캔거가 이웃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가해자는 이미 두 차례나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산 성범죄 전과자였다. 출소 후 그는 다른 성범죄자들과 함께 마을 내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네 주민들은 성범죄자들이 동네에 살고 있단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캔커가 살해된 직후 민심이 들끓었던 이유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 뉴저지 주의회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폭넓게 공개하는 이른바 ‘메건법’을 통과시켰다. 2년 뒤 1996년엔 연방의회가 ‘메건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2017년 기준 30개 국가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동 대상 성범죄를 기본으로 대부분의 성범죄가 공개 대상이다. 공개 기간은 최소 2년에서 종신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성범죄자 정보에 대한 지역사회 고지제도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소극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 내 학교 등 소규모 행정기관에 한해 고지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은 미국과 비슷한 시기인 1997년 성범죄자 등록과 통지법을 제정했다. 초기엔 일반 시민들이 해당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제한해 논란이 됐다. 2000년 8살 사라 페인이 전과가 있는 소아성애자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한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성범죄자 등록부를 만들어 배포한 후에야 국가는 일반시민에게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국은 공개적인 통보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소극적이다. 단지 피해자들과 성범죄자와 접촉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에 한해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관계기관 간의 정보 교환 목적이란 측면에서 성범죄자 정보를 통해 자신의 안전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는 미국의 입법과 성격이 다르다.
 
2006년 성범죄자 등록법을 시행한 호주는 3단계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1단계는 성범죄자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거짓 정보를 제공한 범죄자에 한해 사진과 개인정보가 지역주민에게 공개된다. 2단계는 고위험 범죄자에 대한 사진을 교외 거주 주민에게 제공한다. 3단계는 아동 보호자가 먼저 자신의 자녀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사람이 성범죄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케냐,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이지리아 등도 성범죄자 등록제도를 도입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주로 사업장 고용주나 특정 공무원이 정보 확인 목적으로 쓰일 뿐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 나이지리아 역시 성범죄 등록제도를 마련했으나 활용도는 미비하다.
 
김나윤 기자

관련기사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