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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과천·태릉, 주민 동의 못 얻으면 행복주택 전철 밟을 가능성

중앙선데이 2020.09.12 00:20 703호 6면 지면보기

3기 신도시 선분양 효과 있을까 

김종천 과천시장이 정부청사 부지 주택 공급 계획에 반대하며 설치한 천막 시장실. [뉴시스]

김종천 과천시장이 정부청사 부지 주택 공급 계획에 반대하며 설치한 천막 시장실. [뉴시스]

정부가 8일 내놓은 사전청약 실시 계획에선 과천 정부청사 유휴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지역은 입지 여건이 3기 신도시보다 더 낫기 때문에 8일 실시 계획은 ‘반쪽’짜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과천과 태릉을 이날 발표에서 제외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첫 번째는 교통계획, 청사 일부 지역 이전 계획 등을 함께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본청약 전 교통 대책 등 세워야
내년 상반기께 구체 일정 나올 듯

목동·수서 등 행복주택 좌초 선례
주민 동의 얻어야 개발 추진 가능

정부는 사전청약과 본청약 간극이 커지면 사전청약 당첨자가 본청약을 기다리다 포기하는 예가 생길 것으로 보고 이 간극을 가능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사전청약 1~2년 후 본청약을 하겠다는 건데, 과천이나 태릉은 그 전에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아 다른 곳과 함께 사전청약을 받으면 본청약까지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천이나 태릉은 내년 상반기께 구체적인 사전청약 일정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주민 반대다. 이 두 곳은 8·4 공급 대책이 나온 직후부터 주민 반발이 거셌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청사 앞 잔디마당에 천막 집무실을 마련하고 8·4 대책에서 과천은 제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2일에도 성명을 내고 “과천청사 일대에 4000가구의 주택이 건설되면 도심인구 과밀, 초·중학교 수용 능력 초과, 상·하수 처리 능력 초과, 교통 혼잡 등이 야기된다”며 “일대 주택 건설과 관련한 일체의 행정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만여 가구를 건설하는 태릉 골프장 주변 역시 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국토부는 8일 “지자체 반대로 사업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민 반대가 심해 공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택지지구 지정이나 지구계획 수립은 정부가 하지만 인·허가 등 실질적인 행정 권한은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주민이 반대하고 주민을 의식한 지자체장까지 나선다면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민 반대로 사업이 좌초한 예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시범지구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주거안정 공약이었던 행복주택은 철도부지와 유수지를 활용해 노인과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에 작은 임대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돕는 것은 물론 중산층이 거주하는 도심지역에 서민도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사회 통합을 꾀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행복주택 건립을 위해 서울 오류, 가좌, 공릉, 경기 고잔 등 4개 철도부지와 서울 목동, 잠실, 송파 등 3개 유수지 등 7곳을 시범 사업지구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즉각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가장 반대가 심했던 곳은 목동이었다. 당시 양천구는 행복주택 건립 반대의 대표적 이유로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지역은 양천구 전 주민이 이용하는 핵심 도로인 목동동로·국회대로·안양천길이 접해 있어 출·퇴근시간이나 주말 등 차량 정체가 심한 지역이다. 이곳에 행복주택을 들이면 교통난이 더 가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지구지정 2년 만인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양천구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비슷한 시기 추진됐던 강남구 수서동과 노원구 공릉동 등의 행복주택 시범단지도 주민 반대에 끝내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택지개발 등 지정 권한이 정부에 있지만 지자체나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대규모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정책 조율이 선행되지 않으면 택지 지정과 수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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