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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조 적자국채 ‘대한빚국’ vs 정부 순금융자산 733조 ‘여력’

중앙선데이 2020.09.12 00:20 703호 8면 지면보기

치솟는 나랏빚 논란

10일 문을 닫은 상가들로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이날 정부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를 위해 7조 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뉴스1]

10일 문을 닫은 상가들로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이날 정부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를 위해 7조 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뉴스1]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다. 재원은 전액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1조원도 포함됐다. 국채 발행은 결국 국가채무를 증가시키고, 언젠가는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네차례의 추경으로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8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의 6.1% 규모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8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가채무 846조, 4차 추경 편성
현 정부 들어 매년 100조씩 늘어
4년 뒤 국가부채, GDP 60% 육박

정부 “OECD 평균 110%보다 낮아”
일각 “공기업 빚 더하면 80% 넘어”

부채 자체는 문제되지 않지만
실업률 낮춰 성장으로 연결해야

“미 나랏빚, 70년 만에 GDP보다 많을 것”
 
재정 지출 증가로 문재인정부 들어 나랏빚이 전례없는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728조원, 올해는 805조원으로 늘었다. 4차 추경을 포함하면 846조9000억원에 달한다.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해마다 100조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7년 36% 수준이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024년 58.3%에 달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일 “올해와 내년 코로나 위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시적인 조치”라며 “재정수지 적자비율이 6% 이내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친 국가채무(D1)를 활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일반정부 부채(D2)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은 OECD 평균인 110%보다 훨씬 낮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구(IMF)는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을 43.4%로 추정했다. 일본(237%), 미국(108%)은 물론 중국(60%), 독일(55.7%)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현 정부 5년간 국가부채 비율은 36%(2017년)에서 50.9%(2022년)로 15%포인트 가까이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정부에서도 국가채무 비율은 7%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쳤다.
 
둘째는 절대적인 국가부채 규모가 적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부부채에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까지 더하는 공공부문 부채(D3)는 2024년에 1855조원으로 GDP의 80%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구정모 대만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비금융공기업의 부채가 GDP의 2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공기업을 대부분 민영화한 OECD 국가들과 수평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 가운데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879조원으로 GDP(1919조원)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97.9%로 조사대상 39개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부채 규모만으로 재정 건정성이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정부의 금융부채는 1059조원인 반면 금융자산은 1793조원에 달했다. 순금융자산이 733조원이다. 국유지를 비롯한 비금융자산(3657조원)을 포함하면 정부의 순자산은 4390조원에 달한다. 가계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자산이 3981조원로 부채를 제외하고도 2102조원이 남는다. 당장 정부나 가계가 빚더미에 올라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실제로 국가부채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2010년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는 “과거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90% 미만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부채비율 90%가 일종의 ‘티핑 포인트(갑자기 뒤집히는 점)’이기 때문에 부채가 과도할 경우 긴축정책을 펼쳐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토머스 헌든, 마이클 애쉬, 로버트 폴린은 2013년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논문에서 연도별 데이터 일부 누락, 잘못된 가중치 반영, 엑셀 계산 오류 등을 시정한 결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90% 이상인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0.1%가 아니라 2.2%였다”고 비판했다. 물론 데이터 오류를 시정한 뒤에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할수록 경제성장률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GDP 대비 90%’라는 수치 자체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가 부채비율 논쟁은 “과도한 부채 그 자체가 저성장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IMF 소속 경제학자 안드레아 페스카토리, 다미아노 산드리, 존 사이먼은 2014년 논문에서 “정부부채 비율이 과도하게 높으면 경제 상태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일정기준(a magic threshold) 이하로 정부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빚이 많아도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키우면 결국 부채비율은 내려가더라는 얘기다.
 
현재 선진국들은 양적완화(QE)를 통해 돈을 뿌리면서 나랏빚이 급증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은 최근 “내년에는 2차대전 직후(1946년) 이후 70여년만에 처음으로 국가부채가 GDP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화당과 민주당은 1조~3조 달러 규모의 다섯 번째 부양책을 협의 중”이라며 “앞으로도 고령화에 따른 의료 지출 급증으로 한동안 국가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정준칙 등 건전성 관리 방안 찾아야”
 
장기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일본은 대규모 부양책을 거듭하다가 국가부채가 GDP의 두배를 넘어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 사태로 올해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정부 지출이 사상 최대인 160조엔(1790조원)에 달했다”며 “이 가운데 90조엔을 신규 국채발행으로 메우기로 하면서 국가재정의 부채의존도가 사상 최대인 56.3%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이 빚 급증에도 멀쩡한 이유는 기축통화와 무역흑자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만큼 달러가 전세계에 풀린다. 이 달러로 전세계 정부와 민간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재무부채권)를 사들인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은 빚이 늘어도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일본은 국채의 95% 정도를 일본의 은행과 개인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게다가 매년 1500억달러 안팎의 무역흑자를 내면서 순대외채권이 3조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예산 규모를 4년째 7% 이상 늘리고 있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3조원 늘어난 555조원이 될 전망이다. 세금만으로는 부족해 90조원어치의 적자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매년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늘고 있어 자칫 ‘대한빚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재정준칙 등 건전성을 확보할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하는데 그때그때 청와대와 국회가 결정하는 인상”이라며 “코로나가 앞으로 어찌될 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같은 상황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뿌린 돈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 2008년 이후 줄곧 재정 확장정책을 지지했던 폴 크루그먼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에서 중요한 것은 부채가 아니라 GDP”라며 “GDP가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자연히 낮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부채에 신경쓰기보다는 실업률을 낮춰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경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 지원금은 경기 부양의 목적이 전혀 없는 위로금”이라며 “재정 투입만으로 취약 계층을 구제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경제학) 역시 “당장 민심 다독이겠다고 경기 부양 효과가 거의 없는 재정 지출로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이미 쓴 추경의 효과라도 점검해 소상공인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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