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104년 전통 노사쿠 ‘놋쇠 풍경’ 히트
유연한 발상 전환이 성공의 비결
자민당은 딱딱하게 굳어버려
아베 계승 스가를 총리로 밀어
지지율 1위로 역전돼 할말 잃어
![노사쿠의 ‘놋쇠 풍경’ 후린. [노사쿠 홈페이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9/12/e2384af3-bcc0-44af-aa3e-7b5dcecedcb2.jpg)
노사쿠의 ‘놋쇠 풍경’ 후린. [노사쿠 홈페이지]
특히 금속가공업이 유명한 곳은 도야마현 다카오카시(高岡市)다. 400년 전부터 불구를 만들어 왔다. 나 같은 일반인은 불구를 살 일은 거의 없지만, 요즘은 불구를 만들어 온 업체가 세련된 그릇이나 컵 같은 일상적으로 쓸 만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은 건 ‘노사쿠(能作)’의 상품이다. 이제 도쿄나 오사카의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이왕 도야마에 온 김에 다카오카시에 있는 노사쿠 본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노사쿠 사장 취임 후 매출 10배 늘어
![‘포스트 아베’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굳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 장관은 오는 14일 치러 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새 자민당 총재는 아베 신조 총리 자리를 물려 받게 된 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9/12/917c9e6c-4a4a-4411-b1b5-7e8c1bfb5a46.jpg)
‘포스트 아베’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굳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 장관은 오는 14일 치러 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새 자민당 총재는 아베 신조 총리 자리를 물려 받게 된 다. [연합뉴스]
노사쿠는 1916년 창업한 회사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점점 다카오카시의 금속가공업 전체가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쿠 카츠지(能作克治)가 2002년 사장 자리에 취임한 후 매출은 10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직원은 15배로 늘어났고 평균 연령은 32세라고 한다. 전통공예는 후계자 부족이 문제라고 하는데 노사쿠는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회사가 됐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전통을 지키며 대대로 이어가는 것에 가치를 두는 일본에서 장인은 존경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전통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매출이 10배로 늘어나진 않는다.
![유연한 발상으로 성공신화를 쓴 일본 노사쿠의 주석 제품들. [사진 나리카와 아야]](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9/12/514960ec-2c66-4c0f-86fc-356d6f75fce6.jpg)
유연한 발상으로 성공신화를 쓴 일본 노사쿠의 주석 제품들. [사진 나리카와 아야]
이후 주석 100%의 식기 등 신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주석은 금속이지만 유연한 소재이기 때문에 식기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노사쿠는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재미있는 식기를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이런 노사쿠 사장의 유연한 발상이 성공의 비결이다.
그런데 장기집권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집권 자민당은 딱딱하게 굳어 버린 것 같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사임을 표명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자민당 총재 즉 총리가 될 것 같은 상황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보수’라기보다 ‘보신(保身)’에 애쓰는 모양이라고.
![마스크를 쓴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9/12/0b165bf1-6df9-448a-9c95-a018cf3dcd81.jpg)
마스크를 쓴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들. [연합뉴스]
총리는 선거 때 자민당의 얼굴이기 때문에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고려해서 인기 높은 사람을 총리로 뽑는 것이 자민당으로서 유리한 선택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원래 국회의원 표(394)하고 그것과 같은 수의 당원들의 지방표로 결정된다. 그런데 이번엔 자민당 집행부가 “정치의 공백은 없어야 한다”는 이유로 당원 투표를 하지 않고 지방 표를 141표로 줄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지방 표를 줄이면 이시바가 불리하게 되고 스가가 유리하게 된다.
왜 당 집행부는 스가를 총리로 밀고 싶은 걸까. 정말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일본 기자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도 하는 이시바가 총리가 되면 아베 정권의 의혹들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시바는 총리가 되면 모리토모 가케 학원 문제나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 등의 의혹을 재조사할 생각인지 기자들이 물어봤을 때 “무엇이 어떤 문제였는지 해명부터 하고 필요하면 당연히 한다”고 답했다. 스가는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고 하고 있고, 무엇보다 관방장관으로서 그런 문제들을 덮어 왔던 쪽에 있는 사람이다.
‘나는 신문기자다’ 보면 스가 정체 파악
![영화 ‘나는 신문기자다’의 한 장면. [노사쿠 홈페이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9/12/e7768958-5845-45b8-b87f-a011828fbf7e.jpg)
영화 ‘나는 신문기자다’의 한 장면. [노사쿠 홈페이지]
‘그렇게 보신을 우선으로 하다가는 자민당은 썩어 버리고 계속 인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말을 잃었다. 9월 2, 3일의 조사 때 “차기 총리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인지”라는 질문에 스가가 38%로 1위, 이시바가 25%로 2위로 나왔다. 6월에는 이시바가 31%, 스가는 3%였는데 역전했다. 스가가 될 것 같아서인가? 힘센 자에겐 잠자코 따르라는 것인가? 문제는 자민당뿐만 아니라 국민 쪽에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